케이비(KB)국민은행이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호우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어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자동화기기가 은행의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사례다.
국민은행은 지난 13일 고객들과 함께 호우피해 복구 성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폰뱅킹 등을 이용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보내면 국민은행이 매칭기부 방식으로 추가지원(5억원 이내)을 하겠다고 했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성금 기부 방법은 간단하다. 자동화기기 화면 정가운데에 ‘기부하기’ 버튼이 있다. “집중호우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희망을 모아주세요”라는 문구 밑에 있는 기부하기를 누르면 된다. 버튼을 누르면 전국재해구호협회 계좌로 이체할 수 있는 화면으로 갈 수 있다. 김병재 국민은행 이에스지(ESG)기획부 차장은 “계좌번호를 알아볼 필요없이 간편하게 성금을 기부할 수 있고,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러 온 고객들도 ‘기부하기’ 창을 보고 손쉽게 동참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 포항지진 성금 때도 한차례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모금을 한 바 있다. 당시 299건 1631만원이 자동화기기를 통해 모금됐다. 전체 모금 금액 2억여원 가운데 10%도 안되지만 자동화기기를 통한 성금 모금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병재 차장은 “자동화기기로 기부가 가능하도록 여러 부서 협조를 얻어야했지만, 자동화기기나 폰뱅킹을 활용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외 다른 은행에선 자동화기기를 통한 성금 모금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자동화기기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 금융 앱 활용 등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활용도가 줄어든 자동화기기를 없애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은행권 기기 설치운영대수는 지난 2013년말 7만105대로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해 5만5807대(잠정치)까지 줄었다. 이마저도 기기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대신 편의점 등에 많이 있는 밴(VAN)사 운영 자동화기기는 증가했다. 편의점 자동화기기는 은행 기기보다 수수료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은 최근 은행 자동화기기의 급격한 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인터넷뱅킹 또는 각종 간편결제 등의 이용이 어려울 수 있는 고령층·장애인 등이 현금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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