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 좋은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저금리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에도 대출을 늘리면서 이를 상쇄했고, 증권사는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하면서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7일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지주사 설립 이래 최초로 분기 경상 수익 1조원을 돌파하고, 3분기 누적 기준 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3분기 순이익으로 1조1447억원, 1∼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2조9502억원을 공시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62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0.1% 감소했지만, 신한카드(1676억원)와 신한금융투자(1275억원)가 각각 19.9%, 115% 이익이 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도 저금리와 함께 펀드 판매 감소로 인한 비이자이익 감소 등 실적을 우려했지만 대출이 늘면서 선방했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금융지주들도 양호한 실적을 보고했다. 케이비(KB)금융은 지난 22일 올 3분기 1조166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케이비증권의 순이익(209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75.8% 증가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케이비금융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시기에 증권의 수수료 확대와 아이비(IB·투자) 부문 실적 개선으로 그룹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올 3분기 각각 7601억원, 479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대출 원금·이자 상환을 유예시켜준 것도 연체율 하락 등 수익성 방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애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예금-대출금리 마진 하락과 함께 부실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금융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조보람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자산 건전성으로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증권 수수료 실적 확대가 지속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들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올 초 대비 10∼29% 정도 떨어진 상태다. 신한금융은 특히 4만2600원이었던 주가가 3만200원까지 떨어져, 자산과 순이익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3만5950원)에 역전된 상태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유상증자 결정 뒤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주식을 팔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7일 이사회 워크숍을 열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중간배당 등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배당 제한을 요구하는 제도를 검토하는 등 금융사들의 배당 확대에 부정적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윤 원장은 26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도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당부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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