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주식 매도 공세가 52 거래일째 만인 15일에 멈춰 섰다.
연기금 등은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원 어치 주식을 팔고, 1조1100억원 어치를 사들여 110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연기금은 작년 12월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51거래일 동안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오던 터였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며 개인 투자자 쪽에서 반발과 원성이 나오기도 했다.
연기금이 코스피시장에서 51거래일 동안 매도한 금액은 14조250억원에 이른다. 이전 연기금의 연속 순매도일이 가장 길었던 기간 2009년 8월 3일부터 9월 9일(28거래일, 2조6천억원 순매도)에 견줘 23일 더 길고, 금액 차이는 11조원을 웃돈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과 함께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돼 있으며,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급락 장세에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한 바 있다. 코스피 급등 뒤엔 국내 주식 수익률이 다른 자산 수익률을 크게 앞서면서 자산 배분을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에 맞닥뜨렸다.
연기금은 이날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다시 매도세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기금 운영 지침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처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자금 운용 규모는 833조원이며, 국내 주식 비중이 21.2%(176조7천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 목표 국내 주식 비중을 16.8%로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줄여야 할 국내 주식 비중은 4~5%포인트에 이른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규모가 연평균 60조~70조원가량 늘었던 것에 비춰 앞으로도 국내 주식을 26조원어치가량 더 처분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이 올해 들어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이 14조6천억원에 이른 것에 비춰 앞으로도 11조~12조원을 더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4~5월까지는 연기금의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전체로는 32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는 5200억원 순매수, 외국인은 22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68(0.28%) 내린 3045.7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67(0.09%) 오른 3057.06에서 출발한 뒤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1.41(0.15%) 오른 926.90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5원 오른 1136.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2.7원 오른 1136.5원에서 출발한 뒤 오전 중 잠시 하락 전환했다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탔기 때문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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