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주춤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 다시 빨라졌다.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7월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관리에 나섰다.
5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의 여·수신 잔액을 보면, 4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8623억원으로, 전월보다 1.4%(9조2266억원) 늘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전월 대비)은 지난해 11월 1.4%를 기록한 이후, 12월 0.5%, 올해 1·2월 0.6%, 3월 0.5%로 낮게 유지되다가 지난달 다시 크게 올랐다.
주요 원인은 신용대출 급증이다. 5대 은행의 4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월보다 5.1%(6조8401억원) 늘었다. 증가율이 3월(0.2%)과 2월(0%)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83조8738억원으로,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2월 0.8%, 3월 0.6%에 이어 지난달까지 둔화하는 모습이다.
4월 대출 급증은 공모주 청약이라는 일시적인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에스케이아이이티(SKIET) 청약 직전인 4월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가 이달 초 증거금 환불로 신용대출 잔액이 다시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7월부터 소득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디에스아르 40% 규제 적용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그 전에 신용대출을 앞당겨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은 디에스아르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17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어, 대책 시행 전 대출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는지 점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디에스아르 40% 규제 시행 전이라도 제도 취지에 맞게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져 대출을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대출 증가세가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도 오르는 추세여서 가계 빚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의 가중평균금리가 2월 2.81%에서 3월 2.88%로 0.07%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4월(2.89%) 이후 최고치다. ‘가중평균금리’는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금리를 사용빈도 등으로 가중치를 두어 평균한 금리로, 실제 여수신 금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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