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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엘에스’의 용기를 기대한다

등록 2009-10-27 20:58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트라이파타이트’(tripartite). 낯선 영어 단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두 달 전, 그가 휴가차 한국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유엔 글로벌콤팩트 조찬 모임에서의 연설중이었다.

3자 협력 모델(tripartite)이란, 정부-기업-지역사회로 연결된 강하면서도 느슨한 연대 모델이다. 과거에 사회 문제는 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국가 단위의 사회 문제는 중앙정부가, 기후변화처럼 국가를 넘어서는 문제는 유엔 등 국가 간 협력기구가 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떨어진 국가가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문제가 점점 더 늘어났다. 관료화의 비효율성도 지적됐다. 그래서 국가-엔지오 협력 체계가 힘을 얻었다.

최근의 경향은 여기에 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인권, 환경, 노동, 윤리 분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유엔 글로벌콤팩트는 그 대표적 사례다. 2001년 유엔이 주도해 기업 간 자발적 협약으로 시작된 이 기구는 기업을 사회 문제 해결의 중요한 주체로 격상시키고 있다. 기업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기업은 국가보다 더 큰 재정 여력과 더 좋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주요한 사회 문제 가운데 기업의 책임이 있는 경우도 많다.

3자 협력 모델은 국지적인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하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 보편성을 갖되,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에 두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가 진보한다는 정신이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세계적인 것이 지역적인 것’이라는 구호가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런 모델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다. 한국 비철금속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장항제련소가 있는 서천군 장항읍이다. 최근 토양오염 문제가 생기면서, 지역주민, 엘에스(LS)그룹,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논란이 오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서천의 장항에는 국제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의 주요 주체로 일컫는 3자가 모두 있다.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호사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 대기업 가운데 하나인 엘에스그룹이 엘에스니꼬동제련과 엘에스산전을 통해 장항과 인연을 맺고 있다.

장항의 논란이 그저 논란에 그치지 않고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것은 그래서다. 단순히 토양오염의 책임을 놓고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의 주요 주체가 모두 힘을 모아 미래 발전의 청사진을 내놓으면 어떨까?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그 이익을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재분배하는 사명중심 지역기업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국립생태원의 건립이 서천군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좋은 기회요인이다.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된 셈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한국 지역 문제 해결의 주요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래도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반기문 사무총장이 같은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권고했던 또다른 문구를 떠올려 보자.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야심적인 목표(Ambitious target)를 세우고, 선발자(First mover)가 되라.’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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