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고추장 민속마을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역산업 희망프로젝트
전북 순창 고추장산업
전북 순창 고추장산업
전통업체 72곳에 공장형 13곳
수입·외지 원료 조달 비중 높아 전북 순창에서 된장·고추장의 산업화를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1989년. 순창식품(지금의 ㈜대상)이 순창고추장을 생산·판매한 것이 계기였다. 1997년에는 2만6000평의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에 55개의 소규모 전통업체가 들어서면서 지역산업의 기반이 확충됐다. 순창의 장류산업은 2004년 말 특구로 지정되고 신활력사업 등의 공공자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성장기를 구가하게 된다. 순창의 장류가공업체들이 지난해 창출한 매출은 3400억원. 2005년의 매출 20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전통업체는 72곳으로 2005년의 61곳보다 11곳 늘어났고, 공장 업체들은 13곳으로 2곳이 늘어났다.
순창고추장의 브랜드 힘이 커지면서, 올 3월에는 사조산업이 새 농공단지에 180억원 규모의 장류공장을 착공했다. 앞으로 1000t 규모의 메주공장과 발효식품을 연구하는 미생물관리센터, 절임류 종합가공센터가 들어서는 등 2012년까지 총 1400억원이 투입되는 장류 밸리 조성이 마무리된다. 28명의 공무원과 연구진이 투입된 순창군 장류연구사업소(200억원 규모)가 순창 장류산업의 발전전략 수립과 실행을 뒷받침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순창고추장’ 브랜드의 힘 순창 장류산업의 전국 시장 점유율은 30~40%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순창 장류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이라는 대기업의 존재다. ㈜대상 순창고추장 생산은 그동안 적지 않은 선순환 효과를 일으켰다. 순창이란 브랜드를 장류산업의 본거지로 키우는 데 일조했으며, 그렇게 키워진 순창 브랜드의 힘은 다시 식품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조산업이 올 10월부터 새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씨제이 쪽도 자본참여 등의 방식으로 순창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순창공장의 전체 직원 230명 중 순창 주민이 200명 정도에 이른다. 장류산업은 단순작업이 많아 농촌지역 고용증대에 적합한 산업으로 꼽힌다. ㈜대상은 순창에서 조성하는 장류 밸리의 메주공장 참여를 검토하는 등 지역과의 연계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상에서 사용하는 콩과 고추 등의 원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외국산이 많다. ㈜대상 이외의 나머지 12개 공장형 업체들도 거의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다.
전통업체들의 고용창출
순창 장류산업의 또 하나의 축은 옛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전통 업체들이다.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전통업체들은 모두 72곳으로, 가내 수공업에서 점차 소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서로간에 인수·합병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통업체 전체 매출은 400억원으로 ㈜대상을 포함한 공장업체 13곳의 매출 3000억원의 13%에 그쳤다. 하지만 고용인력은 300명으로 공장업체 375명의 80%에 이른다. 전통업체들은 모두 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순창 농가와의 계약재배 물량이 부족해 지역 내 원료조달률은 30%에 못 미친다.
전통업체들은 대부분 가족사업 형태를 띤다. 어머니와 아들, 또는 할머니와 손자가 대대손손 함께하는 가업이 형성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부터 고향에서 가업에 뛰어들거나, 도시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가업을 이어가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곳이 순창이다.
지역농가 소득 창출 미미해
그러나 문경 오미자산업과 비교하면 순창 장류산업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1차 산업과의 연계가 약하다. 전체 산업규모는 3400억원에 이르지만 관련 농가소득 창출은 21억원에 그치고 있다. 605억원의 가공산업 매출로 189억원의 농가소득을 창출한 문경의 경우와 확연히 대비된다.
순창지역의 2008년 고추 계약재배량은 60t. 지역 내 가공업체의 총수요(2176t)를 겨우 2.7% 충족시킬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콩의 사정은 더 나쁘다. 전체 지역 내 수요량 7437t의 1.9%인 139t을 계약재배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순창 고추장과 된장에 순창산 콩과 고추가 많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적인 현실이다. 문경이 지역 고령농 소득창출을 오미자산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순창은 ㈜대상의 순창고추장 브랜드의 성공이라는 외생적 요인을 업고 산업의 성장을 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류연구사업소의 정도연 박사는 “농가소득 창출 노력이 미약했다는 점을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콩 재배 단지를 대단위로 조성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순창 장류산업은 문경 오미자산업이 갖지 못한 규모와 대기업과의 협력관계가 있다. 대형 연구소와 메주공장 등을 갖춘 집적화도 진행되고 있다.
자생력 확보가 관건
순창 장류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 또 하나의 힘은 정부 재정지원이었다. 지금까지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고 2012년까지 추가 공급될 자금까지 합하면 14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내년부터 신활력자금 등의 지원이 삭감될 경우, 자생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역 내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쓴 고급 장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지역산 원료 공급이 어려운 현실은 명품 장류 생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엄격한 위생을 요구하는 유통시장과 소비자 요구도 전통업체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순창장본가전통식품의 장승필 대표는 “10억원을 투자해 순창 전통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해섭(HACCP,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에 맞게 전체 시설을 새로 갖추었다”며 “학교나 백화점 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모두 인식은 하고 있으나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창/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사진 순창군 제공
수입·외지 원료 조달 비중 높아 전북 순창에서 된장·고추장의 산업화를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1989년. 순창식품(지금의 ㈜대상)이 순창고추장을 생산·판매한 것이 계기였다. 1997년에는 2만6000평의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에 55개의 소규모 전통업체가 들어서면서 지역산업의 기반이 확충됐다. 순창의 장류산업은 2004년 말 특구로 지정되고 신활력사업 등의 공공자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성장기를 구가하게 된다. 순창의 장류가공업체들이 지난해 창출한 매출은 3400억원. 2005년의 매출 20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전통업체는 72곳으로 2005년의 61곳보다 11곳 늘어났고, 공장 업체들은 13곳으로 2곳이 늘어났다.
향토음식발굴 경진대회
‘순창고추장’ 브랜드의 힘 순창 장류산업의 전국 시장 점유율은 30~40%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순창 장류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이라는 대기업의 존재다. ㈜대상 순창고추장 생산은 그동안 적지 않은 선순환 효과를 일으켰다. 순창이란 브랜드를 장류산업의 본거지로 키우는 데 일조했으며, 그렇게 키워진 순창 브랜드의 힘은 다시 식품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조산업이 올 10월부터 새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씨제이 쪽도 자본참여 등의 방식으로 순창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장류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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