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 고을’ 영월에는 특색있는 볼거리들이 여럿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영월군 제공
[헤리리뷰] 지역산업 현장을 가다 강원 영월
새 임기를 시작하는 시장과 군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는, 역시 경제다. 산업 공동화와 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새로운 지역발전의 청사진은 공단 개발, 대형사업, 대기업 유치 같은 판박이 단어들로 포장되곤 한다. 달리 뾰족한 방책이 보이지 않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옛것에서 찾아낸 신성장동력
특별한 지역발전의 성공사례를 찾았다. 박물관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강원도 영월이다. 공장 굴뚝 없이, 농특산물을 내세우지 않고도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생생한 ‘현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구 4만명에 불과한 산골마을 영월에서 지금까지 문을 연 박물관은 20곳에 이른다.
2004년 이전까지 영월에는 개인 박물관 5개와 공립 3개가 산재해 있었다. 2005년 이후 본격적인 ‘지붕 없는 박물관 고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박물관을 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폐교나 복지관 부지를 제공하고 군 예산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해주었다. 5년여 만에 12개의 박물관이 더 들어섰고, 추가로 개관을 준비중인 박물관도 7개나 된다. 그중 120억원의 건축비가 투입된 만봉불화박물관과 동강생태정보관, 한국거미관 3곳은 올해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조선민화박물관, 곤충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국제현대미술관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볼거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소장품 가치를 자랑하는 곳도 여럿 있다.
지난해 총수입 1천억원 근접
지난해 영월의 박물관을 찾은 유료 관람객은 109만명에 이르렀다. 2007년 61만명, 2008년 88만명에서 해마다 20만명 이상 늘어나더니, 드디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에도 영월 박물관의 폭발적인 신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방문객 1명이 숙박과 식사 및 교통비 등에 8만4600원을 지출해, 지난해 영월 지역의 박물관 관련 총수입만도 929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2007년의 572억원에서 2년 만에 62%나 늘어난 것이다.
영월군의 이재현 박물관 계장은 “2005년부터 농식품부 지원을 받아 박물관 고을 사업을 추진했는데, 5년째인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박물관이 박물관을 부르고, 한번 찾은 사람이 친구들과 다시 찾아오는 탄탄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사업은 뿌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중앙정부와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하나씩 하나씩 괜찮은 박물관 20곳을 한데 모아놓으니까, 집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장터 연결 ‘그린컬처사업’ 박물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전방위적이다. 박물관에서 근처 마을의 농산물을 팔고, 박물관을 찾은 도시 주민들과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그린컬처사업’을 지난해 처음으로 추진해, 5개 박물관에서 4억2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박물관장들이 모두 농민장터 연결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농가 수입 확대에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민화박물관의 오석환 관장은 “박물관 축제 때는 마당에 농민장터를 연다”며 “마을의 농촌체험과 박물관 프로그램이 합쳐진 그린 뮤지엄 관광 기반이 자연스럽게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교장, 사업가 등 쟁쟁한 이력을 가진 박물관 관장들은 대외적으로는 영월 홍보대사 노릇을 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교사 구실을 한다. 지붕 없는 박물관들은 국제적 관광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2007년 1500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1만2500명으로 8배나 늘어났다. 동강 같은 천혜의 자연자원, 김삿갓 문학과 단종 유배지 등의 역사 유산이 박물관과 어우러지면서 외국인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호텔과 컨벤션 시설 하나 없이, 전세계 문화예술 분야의 국립대학 총장 등 120명의 외국 손님을 모시는 국제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영월의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은 지역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문화를 배우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영월 주민들의 행복한 공간이 바로 이웃에 널려 있는 것이다. 영월/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지붕 없는 박물관 고을’ 영월에는 특색있는 볼거리들이 여럿 있다. 사진은 동강사진박물관. 영월군 제공
영월군의 이재현 박물관 계장은 “2005년부터 농식품부 지원을 받아 박물관 고을 사업을 추진했는데, 5년째인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박물관이 박물관을 부르고, 한번 찾은 사람이 친구들과 다시 찾아오는 탄탄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사업은 뿌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중앙정부와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하나씩 하나씩 괜찮은 박물관 20곳을 한데 모아놓으니까, 집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장터 연결 ‘그린컬처사업’ 박물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전방위적이다. 박물관에서 근처 마을의 농산물을 팔고, 박물관을 찾은 도시 주민들과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그린컬처사업’을 지난해 처음으로 추진해, 5개 박물관에서 4억2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박물관장들이 모두 농민장터 연결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농가 수입 확대에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민화박물관의 오석환 관장은 “박물관 축제 때는 마당에 농민장터를 연다”며 “마을의 농촌체험과 박물관 프로그램이 합쳐진 그린 뮤지엄 관광 기반이 자연스럽게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교장, 사업가 등 쟁쟁한 이력을 가진 박물관 관장들은 대외적으로는 영월 홍보대사 노릇을 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교사 구실을 한다. 지붕 없는 박물관들은 국제적 관광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2007년 1500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1만2500명으로 8배나 늘어났다. 동강 같은 천혜의 자연자원, 김삿갓 문학과 단종 유배지 등의 역사 유산이 박물관과 어우러지면서 외국인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호텔과 컨벤션 시설 하나 없이, 전세계 문화예술 분야의 국립대학 총장 등 120명의 외국 손님을 모시는 국제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영월의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은 지역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문화를 배우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영월 주민들의 행복한 공간이 바로 이웃에 널려 있는 것이다. 영월/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