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지에스앤제이 이사장은 농정에서의 정부 역할 재정립을 강조한다.
[헤리리뷰] 인터뷰/
농업 싱크탱크 ‘GSnJ’ 이정환 이사장
농업 싱크탱크 ‘GSnJ’ 이정환 이사장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연구를 표방하는 농업분야의 민간 싱크탱크. 이정환(64) 이사장의 지에스앤제이(GSnJ 또는 GS&J) 인스티튜트는 ‘생각의 독립’을 연구소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2005년 설립 이후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고, 이제는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독립적인 연구가 참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부가 출연한 국책연구소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만 있어요. 연구인력과 연구과제를 독식하고, 독립적인 민간연구소가 자랄 수 있는 토양조차 남겨두지 않습니다. 중요한 정책 이슈에서 정부나 기업 입장만 나오고, 제3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지요.”
쉽고 명료하고, 사실에 충실하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출신의 이 이사장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본보기로 삼았다. △조건 없는 기부금으로 독립적 연구를 하고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정책과 시민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선도한다, 이 세가지가 지에스앤제이의 운영 원칙이다.
“보수나 진보의 색깔을 내세우면 반대쪽에서 일단 깔아내리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우리는 중도를 표방하는데, 무색무취한 중간 정도의 보고서를 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팩트(사실)에 충실하고 인과관계를 정확히 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고, 신뢰가 전제돼야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이 이사장의 지에스앤제이는 매주 두차례 A4 용지 10~15쪽 분량의 정책보고서 <시선집중 GS&J>를 발행한다. 쌀, 자유무역협정(FTA), 농협 개혁 등 농업계의 가장 민감한 쟁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그리고 쉬운 문장으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5년 동안 발행한 시선집중이 벌써 110호에 이른다.
농정 패러다임 바꾸기에 앞장서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이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꾸려나가자면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이다. “처음부터 네트워킹과 온라인(www.gsnj.re.kr) 중심으로 저비용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상근 인력을 많이 두거나 인쇄비를 들이고서는 버틸 수가 없잖아요. 대학교수 17명을 비상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고 9명의 이사를 모셨습니다.” 월 1만원 이상 내는 유료회원이 이제 200명 정도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2000여명의 e회원을 상대로 유료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5년 동안 기부받은 총액이 6억원 정도 되는데, ‘엔젤’이라 부르는 고액 출연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만 있어서는 선진국이 될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소액 기부 회원들이 많지 않은 게 안타깝지만, 뜻을 같이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기반을 구축하자면 뜻있는 소액 기부의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지 자나깨나 궁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이사장은 ‘농정에서의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자,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하자,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치고 다닌다. “특정 품목이나 시설을 지원하고 수많은 사업을 벌이는 지금 식의 농정은 잘못됐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개방과 통상을 거부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농가에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직불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철저하게 환경보전적 농업으로 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농업 지원의 정당성은 환경적 측면의 중요성에서 확보되거든요. 셋째, 우리 농업이 아니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우리 식품의 안전성과 기호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쌀 농가의 만성적인 소득 감소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직불제를 강화하되 올해처럼 대흉작이 닥칠 때에는 보험으로 벌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 소득 작물인 벼가 농산물보험에서 빠져 있잖아요. 쌀농가 소득과 관련해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 직불제와 보험입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농정 패러다임 바꾸기에 앞장서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이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꾸려나가자면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이다. “처음부터 네트워킹과 온라인(www.gsnj.re.kr) 중심으로 저비용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상근 인력을 많이 두거나 인쇄비를 들이고서는 버틸 수가 없잖아요. 대학교수 17명을 비상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고 9명의 이사를 모셨습니다.” 월 1만원 이상 내는 유료회원이 이제 200명 정도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2000여명의 e회원을 상대로 유료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5년 동안 기부받은 총액이 6억원 정도 되는데, ‘엔젤’이라 부르는 고액 출연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만 있어서는 선진국이 될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소액 기부 회원들이 많지 않은 게 안타깝지만, 뜻을 같이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기반을 구축하자면 뜻있는 소액 기부의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지 자나깨나 궁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이사장은 ‘농정에서의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자,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하자,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치고 다닌다. “특정 품목이나 시설을 지원하고 수많은 사업을 벌이는 지금 식의 농정은 잘못됐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개방과 통상을 거부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농가에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직불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철저하게 환경보전적 농업으로 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농업 지원의 정당성은 환경적 측면의 중요성에서 확보되거든요. 셋째, 우리 농업이 아니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우리 식품의 안전성과 기호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쌀 농가의 만성적인 소득 감소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직불제를 강화하되 올해처럼 대흉작이 닥칠 때에는 보험으로 벌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 소득 작물인 벼가 농산물보험에서 빠져 있잖아요. 쌀농가 소득과 관련해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 직불제와 보험입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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