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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사람이 중심에 서고 시장이 뒷받침해야 사회혁신 결실”

등록 2011-10-31 17:50수정 2011-10-31 18:15

1. 로빈 머리 기조연설자가 ‘사회혁신 촉진을 위한 아시아에서의 시민사회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1. 로빈 머리 기조연설자가 ‘사회혁신 촉진을 위한 아시아에서의 시민사회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인터뷰 / ‘아시아 엔지오 이노베이션 서밋’ 기조연설자 로빈 머리
아시아 사회혁신 네트워크 회의 ‘아시아 엔지오 이노베이션 서밋’(Asia NGO Innovation Summit, ANIS) 2011년 행사가 10월5~7일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희망제작소(makehope.org)와 인텔아시아(intel.com)가 공동으로 연 국제행사이다. 아시아지역 사회 혁신을 꾀하는 엔지오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첫 회의를 열었다.

제2회 행사인 올해 회의에는 프랭크 맥과이어(호주 글로벌 러닝 빌리지 창립자), 솔로몬 프라카시(인도 아쇼카 대표), 황루이마오(대만 도시재생단체 대표) 등 아시아 14개국 엔지오 대표 76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각 나라의 사회문제 해결에 사회혁신적 관점을 도입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류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로빈 머리(71)를 만나 이번 회의에 대한 평가와, 아시아에서 사회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그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혁신센터 ‘영 파운데이션’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공정무역회사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환경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런던시 등 영국 지방정부의 정책 자문을 했다. 사회혁신,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가 사회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서 머리는 시민혁명으로부터 시작한 사회혁신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현재 각국의 혁신은 ‘근본적 휴머니즘’(Radical Humanism), 즉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혁신투어’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사례별 그룹 토론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사회혁신투어’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사례별 그룹 토론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2008년 이후 경제대안 모색 활발해져

올해 회의에서 느낀 점은? “아시아의 특징이 보였다. 유럽에 견줘 사회서비스 기관의 기반이 덜 발전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사회적 혁신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에 유럽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휴대폰 등을 이용하는 사회혁신의 새로운 움직임이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노령화, 양극화 등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특히 2008년 이후부터는 현재 자본주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새로운 경제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사례를 보면서 사람 위주의 경제가 중심이 되고 지금까지 대세였던 시장영역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여야 오늘날 당면한 문제들을 풀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혜자들이 직접 디자인하도록 해야

사회혁신 방법으로 시장과 가계, 정부 및 시민단체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구체적 방법은? “예컨대 영국 의료시스템의 95%가 암 등 중병 치료에 치중되어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당뇨병 등 성인병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영국에서 성인병 치료는 대개 석 달에 한 번 8분간의 검진으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생활습관이 바뀌어야 치료할 수 있고, 가족과 이웃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영국 볼턴병원은 가장 높은 당뇨병 치유율을 보이는데, 병원 환자의 20%가 예방책을 잘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의 숨은 주역은 가족이다.

병원은 수혜자가 받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곳 어디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디자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 환경 문제의 사회적 해결도 이용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이 점이 부문간 협력의 핵심 포인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사용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금을 줄 때 그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깊숙하게 관여하려 한다. 사회서비스 제공도 기업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야 한다. 기업 지원 방식으로 지원금을 주되 수혜자들이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수혜자들이 그룹을 만들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민주적 운영과 감시 틀 갖추는 게 중요

보조금의 불법 사용이나 복지기금 관리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문제는 보조금을 받는 기관의 거버넌스에 있다. 민주적 감시와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게 해답이다. 예컨대 이탈리아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7천개 있다.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은 물론 보조금을 주는 지방정부도 운영 멤버로 참여한다. 사회서비스 기관들 모두가 민주적 운영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영국에는 최근 3년 새 150곳의 협동조합형 학교가 생겼다. 학생, 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학교 운영에 참여한다. 협동조합형 학교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운영을 잘하는 학교가 잘 못하고 있는 곳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개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운영구조를 민주적으로 만들고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

‘협력’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향후 활동주제를 정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협력’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향후 활동주제를 정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실용적 능력 갖춰야 기업과의 협업 성공

시민사회와 기업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는 목표와 프로그램을 명확히 해야 하고, 기업은 자금, 재무, 유통 등을 맡아야 한다. 이것이 향후 사회혁신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업과의 협업 모델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전세계 대부분의 사회적 혁신가들은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고 공격을 받았다. 사회혁신 모델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다른 집단이 공격하기 마련이다.

시민사회와 기업의 새 협업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혁신가와 큰 그림(빅 아이디어)이다. 다른 하나는 큰 그림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실용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창의적 혁신이 시민사회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ANIS도 하나의 사례다. 진보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라도 사회혁신의 좋은 사례가 나와야 한다.”

‘ANIS 2011’ 어떻게 진행했나?

‘ANIS 2011’은 아시아 사회혁신 촉진을 위한 협력과 토론의 장이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5분짜리 사례발표 ‘이그나이트 형식’과 참가자 각자가 소주제를 만들고 그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는 ‘월드카페 형식’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 방식을 활용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의 사회혁신 사례를 5분씩 발표한 ‘사회혁신투어’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사례 내용과 그 효과를 공유했다. 성남 시민문화예술클럽, 홍콩의 청년소셜벤처 플랫폼, 대만의 도시공간개선 프로젝트 등 시민 주도 사회혁신을 소개한 ‘사회혁신연구소’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사례별로 그룹을 만들어 토의와 발표를 했다. 토의에서는 사례의 전략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사회혁신에서의 시민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날 ‘협력’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내년 행사 전까지 함께 협력할 활동 계획을 직접 만들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활용, 사회혁신의 사회적 성과 측정, 네트워크 확장, 역량강화 툴킷(도구) 마련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온라인 미팅을 하기로 했다.

제주/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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