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헤리리뷰

조합원 수 100배 성장…의료 넘어 ‘건강마을’ 만든다

등록 2014-06-26 16:40

[헤리리뷰] HERI 협동조합
20돌 맞은 의료협동조합

“의사 선생님, 주사 한 대라도 놔주세요.”

“할머니, 주사는 필요 없어요. 이 약으로도 충분합니다.”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성의료협동조합)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랑이다. 지역주민이 의료 전문가와 더불어 직접 의료기관을 세우고 운영하기 때문에 의사는 조합원인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만 하려고 노력한다.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어르신한테 ‘여기서는 비싼 돈을 내고 맞아야 하는데,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예방접종 받을 수 있다’며 보건소의 접종 날짜를 안내하기도 한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는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찾아간다. 조합원들은 함께 모여 소모임도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안성의료협동조합 김보라 전무는 “소모임 회원끼리 요일별 당번을 정해 거동이 불편한 이웃 어르신을 병원에 모시고 간다”며 “더불어 사는 재미가 있어야 건강해진다”고 의료협동조합 소모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아프지 않아도 갈 수 있는 병원, 내 질병에 대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병원을 지향하는 안성의료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1987년 경기도 안성 고삼면 가유리 주말진료에서 농민운동과 연세대 보건의료 학생들의 만남이 계기였다. 주말진료소 활동을 하며 7년 동안 쌓인 지역주민과 의료인 사이의 신뢰가 바탕이 돼 1994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의료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기존 병원에 대한 불만은 300명의 조합원과 1억3000만원의 출자금으로 모아졌다. 지금은 5000여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안성 인구의 약 7%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 모인 출자금은 9억2000만원으로 20년간 매년 4000만원씩 증가해왔다. 500만원 이상을 출자한 사람은 3명뿐이며 대부분의 조합원은 20여만원씩 출자하고 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 출자금이 몇몇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원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1996년 두번째로 설립된 인천평화의료협동조합도 1989년부터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평화의원과 지역주민 사이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8년에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안성·인천의 성공 사례와 제도적 공신력이 더해져 의료협동조합 설립에 긍정적인 외부 환경이 조성됐다. 2000년 안산의료협동조합이 생협법에 의해 처음 설립되었고, 2002년 원주·서울·대전에서 차례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공공성 부합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 2003년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가 출범하면서 의료협동조합들끼리 인적 교류를 넘어 조직적 연대활동이 시작되었다. 한국의료생협연대는 시민사회단체와 소비자생협을 대상으로 의료협동조합을 소개했고, 언론을 통해 의료협동조합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결과 전주·청주·용인·성남·수원 등에서 의료협동조합이 잇따라 생겨났다.

그러나 조합원들로 이용권을 제한하는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몇몇 조항이 의료협동조합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문제가 불거졌고, 2012년 12월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사회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법인격이 포함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자원봉사자, 후원자가 함께 지역사회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법인격을 갖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의료협동조합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5월 안산의료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주민참여형 의료협동조합들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의료생협연대도 지난해 10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로 전환했다.

(※ 클릭하면 확대가능)
건강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 펼쳐

현재 전국적으로 18곳의 주민참여형 의료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고, 3만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료협동조합들은 소유·운영·활동 면에서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지역주민과 지역을 건강하게 하는 다양한 ‘건강마을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안성의료협동조합은 지역 조합원과 함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주민에 위해한 환경을 조사하고 주민이 원하는 마을 지도를 그리는 ‘꿈지도 그리기’ 사업을 2005년부터 해왔다. 그렇게 그려진 꿈지도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도로 턱 없애기’, ‘화단 가꾸기’, ‘마을 축제’ 사업 등을 현실화했다. 인천평화의료협동조합은 2003년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조사하고 ‘우리마을 걷기’ 10개 코스를 개발한 뒤 매년 ‘우리마을 건강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함께걸음의료협동조합은 2004년부터 복지기관·보건지소 등 다양한 지역단체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CBR)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진료, 장애인진료소 지원, 추후 관리 사업 등을 실시하면서 단체 간 협력을 통한 통합 서비스 제공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주민참여 지역사회 보건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을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그중에 동·면 단위로 ‘건강협동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임종한 연합회 회장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생애주기별 돌봄·의료·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요구가 존재하는데, 이를 각 전문가에 의해 개별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다양한 보건의료복지 관련 사회적 경제 조직이 한 공간에 입주해 자산을 공유하면서 효율성 높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