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서울 종로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탈핵시민행동의 날 제안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헤리리뷰] 협동조합과 생활정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정부가 탈핵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우선 정책의 수순을 밟고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평범한 대다수 국민은 후쿠시마 사고처럼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내가 사는 지역에 핵발전소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지내왔다. 에너지 정책은 국민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민들은 전기를 소비만 할 뿐 생산 방식에 대해서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원전은 경제적이며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지냈기 때문이다. 국민의 편리와 안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어 온 것이다.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쁜 세상이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내 지역의 생활과 관련된 전반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향상되기 어렵다. 탈핵의 문제도 그러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정착민의 삶은 파괴된다. 핵발전소의 잦은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은 암 발생률 증가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또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짓는 고압 송전탑 인근 지역 주민들도 안전한 삶을 위협받게 된다. 이것이 우리 지역의 현실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 기장에 위치한 원전 고리 1호기가 30년 수명을 다한 뒤 2차 수명 연장을 시도했을 때를 돌이켜보자.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은 쉼없이 고리 1호기 폐쇄를 외치며 만일의 사고를 대비한 방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 시민의 70% 이상이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그동안 핵발전을 고수하던 정부는 지난 1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1호기 폐로 권고를 결정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주인으로서 탈핵을 요구하는 것. 이런 생활정치 참여가 일상이 되어야 내 삶의 변화와 발전도 가능하다.
김동희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영남활동국장 artlovedong@hanmail.net
김동희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영남활동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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