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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 없이’ 리니지W 해보니…플레이는 OK, 즐거움은 ‘물음표’

등록 2021-11-15 04:59수정 2021-11-15 12:49

무과금 열흘 플레이 후기
과금유도 유료템 뺐지만, 결국은 ‘페이투윈’ 게임 실망 교차
‘리니지W’의 피시(PC) 플레이 화면 갈무리.
‘리니지W’의 피시(PC) 플레이 화면 갈무리.

매일 밤 10시면 요정 용사는 활을 챙겨들고 ‘글루디오 영지’의 전장으로 향했다. ‘전투력 향상’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그는 좀비·늑대인간·오크들에게 연신 활시위를 당겼다. 노곤한 반복작업에 하품이 나올때 즈음 ‘레벨업’을 알리는 메시지가 화면에 뜨면 용사는 안전한 마을로 돌아가 눈을 붙였다.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리니지더블유(W)’의 플레이 모습이다. 리니지 시리즈는 지난 1998년 피시(PC) 게임으로 첫선을 보인 뒤 한국 RPG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과도한 ‘페이 투 윈’(돈 써야 이긴다) 구조로 사행성 논란을 부르며 유저(사용자) 수는 물론 엔씨 주가마저 폭락했다. 이에 엔씨는 리니지W 쇼케이스(사전 행사) 등에서부터 “과금 여부와 상관 없이 모두가 즐길 게임을 만들겠다”며 ‘초심 복귀’를 다짐한 상황. <한겨레>가 출시 첫날인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동안 ‘완전 무과금’으로 리니지W를 플레이해봤다.

현질 없이도 ‘게임은 된다’

리니지에 첫발을 딛는 게이머는 군주·기사·마법사·요정 등 4개 직업 중 하나를 고른다. 기사는 높은 체력을 바탕으로 근접 공격을, 마법사·요정은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한다. 다른 직업은 ‘현질’(현금 결제) 소요가 많다는 소문에 기자는 활 쏘는 요정을 택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게임 줄거리에 따라 퀘스트(임무)들을 완수하고 보상으로 경험치·게임머니(아데나)를 얻어 캐릭터를 성장시켰다. 두세개 퀘스트를 깰 때마다 레벨이 하나씩 올라, 3시간 만에 레벨 29가 됐다. ‘블레이드앤소울2’ 등 엔씨 전작들이 “현금 안쓰면 레벨 30을 못가 ‘게임이 안 된다’는 평을 듣던 것과는 달랐다.

이후 레벨 32∼35 구간에선 퀘스트가 바닥나 ‘자동 사냥’ 반복작업이 시작됐다. 자동 사냥이란 게이머 조작이 아닌 게임 인공지능으로 몬스터를 잡는 것을 뜻한다. 하루 한 번 입장 가능한 ‘던전’에 다녀온 뒤 각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을 하면 4∼5시간에 한번 꼴로 레벨이 올랐다.

대만인 게이머들과 ‘파티’를 이뤄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으로 몬스터를 잡는 모습. 자동 번역 기능이 있어 대강의 소통이 가능하다. 리니지W 화면 갈무리.
대만인 게이머들과 ‘파티’를 이뤄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으로 몬스터를 잡는 모습. 자동 번역 기능이 있어 대강의 소통이 가능하다. 리니지W 화면 갈무리.

이런 식으로 열흘간 총 26시간 정도 접속해 올린 레벨은 34였다. 같은 기간 50만원 이상을 결제한 게이머들이 대부분 40대에 진입한 데 비하면 더디지만, 무과금으로도 게임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았던 셈이다. 전작에서 사행성 논란을 낳았던 ‘유료템’들은 상당 부분 빠졌다. 엔씨 공언대로 월단위 결제 능력치 강화 아이템은 사라졌다. ‘뽑기 카드’도 변신·마법인형 두 종류로 줄었다.

‘단순 반복’에 게임성은 ‘물음표’

하지만 열흘 동안에도 위기는 있었다. ‘회복제 부족’ 문제가 가장 심했다. 체력 회복제 가격은 하나에 49아데나(아데나는 게임머니 단위)인데, 몬스터 하나를 잡아서 나오는 게임머니는 50∼100아데나에 불과했다. 한 마리 잡는 데 회복제를 2개 이상 써서는 게임머니가 바닥나 진행 자체가 막히는 셈이다. 이에 대다수 게이머는 회복제 소요가 많은 고난이도 사냥터에 도전하길 꺼리는 모습이었다.

직업 역시 십중팔구는 요정으로 편중됐다. 마법사는 체력 외에도 ‘마나’(마력)를 채워야 해서, 기사 등은 방어구 강화에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했다. 결제 압박이 심하다는 얘기다. 결국 대부분 요정인 게이머들이 일부 초보자용 사냥터에 몰려가 반복해서 활시위를 당기는 식으로 게임은 ‘단순화’됐다.

현금 3만3000원에 판매 중인 뽑기 패키지. 캐릭터의 모습을 바꿔 전투력을 올릴 기회를 일정 확률로 가질 수 있다. 장비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도 들어있다. 리니지W 화면 갈무리
현금 3만3000원에 판매 중인 뽑기 패키지. 캐릭터의 모습을 바꿔 전투력을 올릴 기회를 일정 확률로 가질 수 있다. 장비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도 들어있다. 리니지W 화면 갈무리

레벨 올리기나 뽑기 말고 게임 안에서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무과금 유저의 발목을 잡았다. RPG 장르의 주된 재미 중 하나인 득템(아이템 획득)은 이 게임에선 누리기 어려웠다. 필드의 몬스터가 아이템을 떨어트릴 확률이 다른 게임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다. 상하좌우·대각선 등 8방향으로 한정된 캐릭터 움직임은 게임의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엔씨 관계자는 “리니지W는 초기 리니지의 향수를 살리고자 전작에 비해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그래픽으로 출시했다”며 “시리즈의 대표 콘텐츠인 ‘공성전’이 업데이트 되면 게임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과금 요소를 눈에 띄게 덜었다’는 긍정 평가와 ‘결국은 P2W(페이 투 윈) 게임’이라는 실망이 교차한다. 주요 유료상품(BM)들을 들어낸 건 맞지만, 전작들처럼 게임 목표가 레벨업에만 치우쳐서는 거액을 붓는 일부 ‘핵과금러’들만 남게 되리라는 예상이 여전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20여년 리니지를 해온 올드 팬들은 뽑기나 단순 사냥 등에 익숙하지만 , 젊은 게이머들은 이런 콘텐츠를 싫어해 개발사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중 ·소과금 유저들을 붙잡을 게임 내 콘텐츠들이 생겨야 리니지W도 롱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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