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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두나무 4억·카카오 1억7천…‘억소리’ 나는 IT기업 연봉의 허와 실

등록 2022-04-06 04:59수정 2022-04-06 08:44

일부 임원 성과급의 ‘착시효과’
두나무, 미등기 임원 총급여 42%
직원들 연평균 급여는 1억6천만원
카카오 등도 “소문만큼 높진 않아”
‘성장 과실 고루 나눠야’ 요구 커져
아이티(IT) 기업들의 본사가 모여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경기도 제공
아이티(IT) 기업들의 본사가 모여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경기도 제공

두나무 4억원, 카카오 1억7천만원, 네이버 1억3천만원….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급여가 공개되며 판교 테크노밸리가 들썩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카카오의 임직원이 지난해 각각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 회사에 부러움이 집중되고 있다. 자신의 급여 수준에 대한 불만도 쏟아진다.

하지만 주요 정보기술 기업 평균 급여 숫자엔 몇몇 임원들의 수십억원대 성과급이 만든 ‘착시효과’가 숨어있다. 지난해 아이티 기업들 주가가 꼭지점을 찍으면서, 일시적 소득인 스톡옵션 행사 차액도 평균 연봉에 대거 반영됐다. 대다수 일반 직원에게 돌아간 급여는 ‘소문만큼’ 많지 않다는 얘기다. 아이티 기업들 내부에선 기본급 인상(베이스업) 등으로 구성원들의 노력을 고루, 안정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킹나무’ 4억?…임원 인센티브 빼면?
두나무는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등기임원을 제외한 임직원 370명의 연 평균 급여가 3억9300만원이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기본급과 초과근무 수당, 성과급(인센티브)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대표 서비스인 업비트를 출시한지 4년 밖에 안된 두나무의 직원 처우가 네이버(1억2900만원)·삼성에스디에스(1억1900만원) 등 업계 ‘맏이 격’ 회사들을 한참 앞질렀다.

카카오는 지난해 본사 임직원 평균 임금이 1억7200만원이었다고 최근 공시했다. 모든 업종 통틀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임금이었다. 두나무·카카오 직원들은 공시 이후 “네 연봉도 수억원이냐”는 지인들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는 두 회사를 ‘킹(king)나무’, ‘갓(god)카오’라고 부르며 시샘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계약연봉(기본급)을 타사 지인들에게 다 역전당했다”며 “직원 복지나 복지포인트도 갓카오가 훨씬 좋다. 이직 준비해야겠다”고 썼다.

하지만 정작 두나무·카카오 내부는 축제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두나무의 경우, 작년 임직원 급여 총액(약 1010억원)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미등기 임원 9명의 총 급여(425억원)가 42%를 차지했다. 이들을 뺀 일반 직원들의 연 평균 급여는 1억6천만원 정도였다. 국내 회사들 중 드물게 높지만, 풍문처럼 ‘천문학적인’ 수준은 아닌 셈이다.

카카오 역시 몇몇 임원들의 성과급이 컸던 데다, 지난해 회사 주가가 고점일 때 임직원이 행사한 스톡옵션 차액이 이번 임금 통계에 반영됐다. 주가가 꺾인 올해는 이만큼의 차액을 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많다. 경쟁사 네이버는 “카카오에 처우가 역전됐다”는 내부 불만이 치솟자, 최근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스톡옵션 행사 차액을 뺀 보상은 우리가 더 높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스옵’보단 기본급 인상을”
같은 회사 안에서도 급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스톡옵션·인센티브보다 기본급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벤처 티를 벗고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회사가 고위 임원 등 ‘창업 공신’들만이 아닌, 고생한 대다수 직원과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스톡옵션·인센티브와 달리 같은 액수로 기본급을 올리면, 기존 연봉이 높던 임원보다는 직원이, 팀장 이상 관리자보다는 저연차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최근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빅테크 주가가 대체로 우하향하며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점도 이런 요구의 배경이다. 화섬식품노동조합 아이티위원회의 서승욱 위원장은 <한겨레>에 “스톡옵션은 행사 가능 시점의 (주식 시황 등에 기인한) 회사 주가 변동에 따라 엄청난 보상이 될 수도, 거꾸로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며 “‘로또’ 같은 도박성이 있는 스톡옵션이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 역시 직원들의 이런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개발자·기획자 등 아이티 기술 인력의 품귀 현상으로 노동시장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회사 쪽에서도 스톡옵션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었다. 지난 연말 류영준 당시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 등 카카오그룹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한꺼번에 처분하면서 이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 쳤던 게 대표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대형 아이티 회사들의 노사 임금협상에도 반영됐다. 지난 2월 카카오 노사가 올해 본사 전체 임직원 연봉 재원을 15%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최근 네이버가 연봉 재원 10% 확대에 잠정 합의했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초 협상에서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는 다수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RSU로 지급하려던 액수를) 연봉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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