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장터 1위 사업자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1일부터 ‘인앱결제’를 사실상 의무화하면서 앱 개발사와 모바일 콘텐츠·서비스 이용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가 높은 수수료율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몫 키우기에 나서면서 콘텐츠·서비스 이용료가 줄줄이 오르고 있어서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실태점검에 나서며 규제 방안을 찾고 있지만, 추가 법 개정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앱결제 의무화란 앱 마켓 플랫폼이 제공하는 수단과 절차를 통해 이용료와 아이템 구매 대가 결제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결제 도구·수단을 채택한 앱은 이날부터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된다. 문제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따를 경우, 앱 개발사가 구글에 내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최대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며 아이템 구매 등을 하며 1만원을 결제하면, 이 가운데 3천원은 구글이 가져간다.
앱 개발사 쪽에서 보면, 플레이스토어 같은 앱 장터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글로벌 이용자를 만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종의 ‘통행세’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내면서 구글 인앱결제 방식을 따르고서라도 플레이스토어를 통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글이 통행세를 걷는 행위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다. 실제 올해 구글·애플 등 앱 장터 플랫폼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개정법 준수 이행 계획을 제출하며 “아웃링크를 통한 결제 방식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애플은 개발사가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구글 역시 앱 개발자가 원하면 제3자 결제 방식을 채택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앱 개발사 쪽에선 “구글·애플의 개정법 준수 이행 계획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상 인앱결제 의무화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애플이 외부 브라우저나 기존 아웃링크 방식 등의 제3자 결제는 허용하지 않고,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는 에이피아이(API:앱 개발 도구)를 통한 제3자 결제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게다가 인앱결제와 에이피아이 활용 방식 수수료율 격차가 4%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한 오티티(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외부 결제 대행사에도 5% 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에이피아이를 활용한 제3자 결제 시 드는 비용이 인앱결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구글이 제3자 결제를 열어줬다고 해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앱 장터 플랫폼이 제3자 결제 방식에 고율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한다고 볼 수 있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조사과장은 지난 26일 열린 ‘인앱결제 강제 금지 관련 기자 설명회’에서 “구글이 두가지 결제 방식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앱 개발사 입장에서 충분히 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았다면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웃링크 방식을 택한 앱을 플랫폼이 삭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실태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앱 장터 플랫폼이 20%가 넘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한 국내 웹툰·웹소설 제작사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 단계에 플랫폼이 30%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은 마케팅 효과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에도 똑같은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은 폭리”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현행법으로는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만을 금지할 수 있을 뿐, 수수료율 자체를 규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앱 개발사들은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를 앞두고 서비스·콘텐츠 이용료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웨이브·티빙 등 국내 주요 오티티 서비스와 플로·바이버 같은 음원 서비스, 네이버웹툰·카카오웹툰 등 웹툰 서비스 등이 5월 들어 이용료를 15~20% 가량씩 올렸다.
이용자 사이에선 모바일 앱이 아닌 피시(웹) 환경에서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해 인상된 이용료를 피해 가는 ‘꿀팁’도 전수된다. 일부 서비스는 아예 직접 나서서 웹 결제 방식을 홍보하기도 한다. 카카오 이모티콘 정기 구독 서비스와 톡서랍 플러스 서비스가 지난주 웹 결제 구독 시 첫 달 무료 행사에 돌입한 게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도 쿠키 구매 화면에 자동 충전 웹 결제를 유도하는 배너를 노출하고 있다.
이마저도 1일 이후에는 할 수 없다. 플레이스토어는 고객센터를 통해 “개발자는 앱 내에서 이용자를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며 “여기에는 다른 결제 수단으로 연결될 수 있는 웹페이지에 직접 연결하거나 이용자에게 앱 외부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가 포함된다”고 알렸다.
국내 오티티 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가 고객센터에 ‘왜 이용료가 올랐냐’고 문의를 해 오면 ‘웹에서 결제하면 더 싸다’고 개별적으로 안내하고는 있지만, 결제 경로별로 가격이 다르다는 정보를 끝내 접하지 못한 이용자는 계속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앱 내에 외부 결제 링크를 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보 표기까지는 할 수 있게 정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 법 개정도 해야 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합작해 만든 앱 장터인 원스토어는 지난주 미디어·콘텐츠 앱에 한해 기본 수수료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최근 원스토어의 수수료 인하 발표가 앱 장터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 앱 장터의 시장점유율이 70%가 넘어 이같은 기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장착 기기 사용 비율이 해외에 비해 높은 국내에서는 구글 앱 마켓의 높은 시장점유율에 균열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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