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프로축구(MSL)와 내년부터 2032년까지 애플티브이(TV) 앱을 통해 리그 전 경기를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애플 누리집 갈무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들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이용자 감소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실시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 고정 팬들을 새 가입자로 유입하고, 기존 고객들을 묶어두기 위한 가두리(록인·Lock in)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20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애플은 최근 오티티 서비스 애플티브이(TV)를 통해 내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프로축구(MSL)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전세계 방송권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10년간 총 25억달러(3조 23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미국프로축구 중계권료가 연간 9천만달러 안팎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인상된 금액이다.
애플의 스포츠 중계 투자 배경은 오티티 시장 후발주자의 틈새시장 공략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티티 업계 선두인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과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스포츠 중계 사업엔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후발업체들은 이런 빈틈을 파고들어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의 넓은 팬층을 유입하기 위해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오티티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플레이가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중계권을 따내고, 손흥민의 소속팀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를 초청해 친선경기를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웨이브는 올해 국내 프로야구 전 경기를 무료로 중계하고, 시제이이엔엠(CJ ENM)이 운영하는 티빙은 종합격투기(UFC)와 테니스(프랑스 오픈) 등 스포츠 중계를 늘리고 있다.
오티티 이용자 중 40대 남성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스포츠에 집중하는 이유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오티티 앱 이용 동향’을 보면, 넷플릭스·웨이브 가입자 중 남성 비율이 각각 48%, 47.5%에 달했다. 나이별로는 두 오티티 모두 40대 사용자가 20% 후반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포츠 중계의 주요 시청층인 40대 남성들을 묶어두기 위해 스포츠 중계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넷플릭스도 최근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원(F1) 중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티티의 대형 스포츠 행사 중계가 늘면서 ‘보편적 시청권’ 보장에 대한 논쟁도 예상된다. 현행 방송법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관심도가 큰 행사를 중계할 때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를 방송사업자에만 부여하고 있다. 오티이 사업자들은 이런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익명을 요청한 오티티 업계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 논쟁 때문에 오티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기 어렵다”면서도 “콘텐츠 소비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는만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개념과 적용 대상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