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왼쪽)와 이재근 케이비국민은행 은행장이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티타워에서 열린 모빌리티와 금융간 초협력을 위한 신주 인수 계약서 체결 기념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제공
에스케이(SK)스퀘어 모빌리티 계열사 티맵모빌리티가 케이비(KB)국민은행으로부터 2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두 회사는 모빌리티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점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대리운전기사 등에게 맞춤형 보험·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22일 서울 중구 에스케이텔레콤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케이비국민은행으로부터 2천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케이비국민은행은 이번 투자로 티맵 지분 8.3%를 가진 4대 주주가 됐다. 티맵 기업가치는 2020년 에스케이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하던 당시 인정받은 1조원보다 2배 넘게 오른 2조2천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투자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형 금융사가 집행한 첫 대규모 투자다. 앞서 티맵과 케이비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상생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투자를 발판삼아 티맵 플랫폼에서 일하는 대리운전기사 등을 위한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대리운전·화물·발렛 기사의 근무 일수, 업무 활동, 고객 평가 등 티맵 플랫폼 내 활동 이력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올해 안에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이력 부족 탓에 신용점수가 낮아 전통 금융권에선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기존 금융권보다 혜택이 큰 보험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성장전략담당은 “대출 요건과 금리 등 구체적인 서비스의 내용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의 모빌리티 사업과 케이비금융그룹 계열사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 간 시너지도 도모한다. 예를 들어, 티맵이 축적한 개인 운전자들의 운전 점수를 케이비캐피탈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비 차차차’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고차를 사려는 고객이 이전 차주의 운전 습관을 고려해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외에 전국 케이비국민은행 지점 900여곳의 주차장을 티맵모빌리티의 주차·발렛·전기차 충전 등 서비스 제공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이날 “다가오는 미래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에 있다고 본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0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길찾기 노하우를 바탕으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환 성장전략담당은 “케이비금융그룹은 은행뿐 아니라 보험, 캐피탈, 카드 등 모빌리티 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모두 갖췄다”며 “이들과도 전략적 협력을 넓혀 티맵모빌리티 플랫폼의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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