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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자고 못 쉬고 피맺혀 숨진 집배원들…우정사업본부 ‘개인 탓’

등록 2022-10-03 16:33수정 2022-10-04 02:47

5년간 사망 45% 뇌심혈관계 질환 원인
이정문 의원·민주노총 “장시간 노동 주범”
초과노동시간 긴 서울·경기·충청에 집중
“초과시간 실제보다 적게 입력” 압박도
2017년 8월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선포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국민진상위 구성 및 집배노동자 대폭 확충을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7년 8월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선포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국민진상위 구성 및 집배노동자 대폭 확충을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만 23명의 집배 공무원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우정사업본부가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직접고용 집배분야 안전사고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2018~2022년 사망한 우정본부 소속 집배원 51명 중 45%인 23명의 사망 원인이 뇌심혈관계 질환이었다. 이들 중 13명이 공무상 상해 또는 산업재해를 신청해, 11명이 사망과 업무 사이 연관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5년간 우정사업본부 직접고용 집배원 사망 원인. 이정문 국회의원·우정사업본부 제공
최근 5년간 우정사업본부 직접고용 집배원 사망 원인. 이정문 국회의원·우정사업본부 제공

이정문 의원은 “만연한 장시간 노동이 집배원들의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집배 공무원이 사망한 사례는 경인지방우정청 5건, 서울지방우정청 4건, 충청지방우정청 4건 등 수도권과 인근 지역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집배원 월평균 초과노동시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게는 두배 가까이 길었다.

최근 3년간 집배원 월평균 초과근무시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우정사업본부 제공
최근 3년간 집배원 월평균 초과근무시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이 의원에게 따로 제출한 ‘최근 3년간 집배원 월평균 초과근무시간’ 자료를 보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집배원이 가장 많은 경인청 소속 집배원들의 월평균 초과 노동 시간은 43.2시간으로 평균(33.3시간)보다 10시간 가량 많았다. 서울청과 충청청(각각 35.1시간, 35.2시간)의 월평균 초과노동시간 또한 평균보다 많게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공무원 전자인사관리시스템 ‘이(e)사람’을 통해 집계한 수치가 실제 초과노동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소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교육선전국장은 “우정사업본부가 공개한 지난해 집배원 월평균 초과 노동 시간은 10.9시간에 그치지만, 현장에서는 초과근무를 신청하려 하면 중간관리자들이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구두로 ‘적당히 신청하라’고 하는 등 수치 줄이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한 지역 우체국 직원 14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중간관리자가 “(오전) 7시 이전 조기 출근자는 ‘교통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한다’고 기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한 지역 우체국 직원 14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중간관리자가 “(오전) 7시 이전 조기 출근자는 ‘교통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한다’고 기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가 2020년 5월 ‘이사람’ 시스템에 입력된 집배원 출근 등록 현황을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당시 근무 시작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한 집배원은 전국 집배원 1만4584명 가운데 67.6%인 9853명에 달했다. 30분∼1시간 가량 일찍 출근하는 경우와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각각 4172명(28.6%)과 559명(3.8%)였다.

우정사업본부는 당시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이사람 시스템에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조기 출근 사유의 36%는 새벽 잠이 없는 등 개인 생활 패턴 때문이었고, 20.8%는 교통 체증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조기 출근이 자발적 선택임을 강조한 것이다. 허소연 국장은 “일찍 출근하지 않으면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데도, 현장 관리자들이 초과노동 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려 다른 사유 입력을 종용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겨레>가 입수한 한 지역 우체국 직원 14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의 지난해 8월 대화 내역을 보면, 중간관리자의 지시 내용에 “(오전) 7시 이전 조기 출근자는 ‘교통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한다’고 기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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