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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AI가 넷플릭스 자막 달아도…“빵 터지는 농담 번역, 사람의 창의성이 필요해요”

등록 2022-10-05 16:56수정 2022-10-06 02:47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 정영훈 대표
AI가 인간 번역사 대체하는 날, “언젠가 오겠지만 아주 먼 미래’’
번역 자동화 도구 ‘미디어캣’, 실시간 번역 플랫폼 ‘이벤트캣’ 출시
정영훈 엑스엘에이트 대표가 지난 9월28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정영훈 엑스엘에이트 대표가 지난 9월28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장에서 만난 영상 콘텐츠 특화 인공지능(AI) 번역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의 정영훈(41) 대표는 “문어가 아닌 구어에 적합한 인공지능 기계 번역(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인공지능만으로 문서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 솔루션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엑스엘에이트가 갈 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정 대표는 5년 차때 공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 콜롬비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구글에서 4년 일하다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 엑스엘에이트를 창업했다. ‘한 분야만 판다’는 전략 아래, 번역 모델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전문 번역사들이 정교하게 번역해둔 미디어 콘텐츠 외국어 자막을 주된 학습 자료로 삼았다. 덕분에 구어체, 그 중에서도 영화·드라마·엔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콘텐츠에 특화된 번역 솔루션의 성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아직은 직원 수가 20명 남짓 되는 스타트업 수준의 업체지만,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에이치비오(HBO) 등 여러 글로벌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시청) 플랫폼에 외국어 자막을 납품한다. 매달 6만시간, 누적 65만시간 분량의 콘텐츠 영상을 번역했다. 현재 번역이 가능한 언어는 모두 66쌍으로 구글, 아마존 등 대기업에 비하면 많지는 않다.

“구글·아마존 등 기계 번역 솔루션을 가진 회사만 전세계 50여곳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문어체 번역은 잘 해도, 구어체엔 약합니다. 한국어의 경우 ‘합쇼’, ‘해라’, ‘하소서’, ‘하게’ 등 청자와 화자의 관계에 따라 어투가 무궁무진하게 달라지잖아요. 학술 논문이나 기사같은 온라인에 흩어진 문서들을 교재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켜서는 이런 다양한 맥락을 번역 결과물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정영훈 대표는 “단순 번역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30%가량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엑스엘에이트는 번역사들의 업무 자동화를 돕는 클라우드 기반 작업 도구 ‘미디어캣’을 지난 9월 출시했다. 지금보다 기술이 발전하면 ‘완전 자동 번역’도 가능한 날이 올 거라고 보는지 묻자, 정 대표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만 아주 먼 미래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미 번역 과정의 95%를 자동화하는 단계까지는 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통하는 농담을 저 세계로 옮겨가려면 아직 사람의 창의성이 필요해요. 여러 문화권을 넘나드는 배경 지식도 있어야 하고,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디에서 ‘빵’ 터지는지도 알아야 진짜 ‘트랜스크리에이션’(번역+창작)이 가능합니다.”

엑스엘에이트는 나머지 5%를 채우기 위해 영상 콘텐츠 현지화 전문 기업 ‘아이유노에스디아이’와 협업한다. 인공지능 기계의 초벌 번역 결과물을 전문 번역사 손으로 한 번 더 다듬어 최종 납품하는 방식이다. 사람 손을 거친 결과물을 기계 학습에 다시 활용하면, 번역 기계의 성능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 대표는 “기계에 계속 교정 기회를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엑스엘에이트는 지난 7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36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에이(A)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정확성뿐 아니라 실시간성도 향상된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 갈 계획이다. 엑스엘에이트는 최근 라이브 방송이나 스포츠 중계, 국제 회의 등을 동시통역하는 플랫폼 ‘이벤트캣’을 시범 출시했다. 이벤트캣은 올 초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의 팬미팅을 영어, 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옮겨 전세계 팬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하는 데에 쓰이기도 했다.

한편,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한인 네트워크 겸 비영리 단체 ‘베이 에어리어 케이(K) 그룹’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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