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공개한 ‘퀘스트 프로’는 얇은 렌즈와 배터리 재배치를 통해 가볍게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메타 제공
페이스북 운영업체 메타가 새 가상·증강현실(VR·AR) 헤드셋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를 공개했다. 소셜미디어를 넘어 메타버스 사업에 주력한다며 사명을 변경한 지 1년 만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메타 미래 사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작 메타 주가는 4% 가량 하락했다.
메타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메타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2’ 연례행사에서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공개하고 시연한 퀘스트 프로는 헤드셋 내부 카메라가 이용자의 시선과 얼굴표정 등을 추적하는 기능을 새로 탑재한 게 특징이다. 메타버스 공간의 아바타가 이용자의 표정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 아바타 간에 생동감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흑백 화면 영상과 달리 다양한 색채감을 입힌 영상 기술도 구현했다. 벽에 가상 그림을 걸고 감상하거나, 공이 튀어 오르는 혼합 현실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렌즈 두께를 얇게 하고 헤드셋 뒤쪽에 배터리를 배치해, 기존 제품보다 시야가 넓고 가벼운 것도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협업을 통해 메타버스 업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 가상회의 장면. 메타 제공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메타와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나델라는 자사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예로 들며 “퀘스트 프로의 대형 화면에서 엑스박스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에스 오피스’나 업무 협업 툴 ‘팀즈’ 등과 결합해 직장 안에서 메타버스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높은 가격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타 퀘스트 프로 가격은 1500달러(약 215만)로 책정됐다. 우리나라에선 25일부터 219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2020년 말 출시된 기존 퀘스트2 헤드셋이 4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짧은 배터리 이용 시간도 단점으로 꼽힌다. 퀘스트 프로에 장착된 내장형 배터리 활용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다. 메타 계획처럼 헤드셋이 장시간 업무에 활용되려면 배터리 성능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워싱턴포스트>는 “퀘스트 프로를 사용해보니 마법 같은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외신들도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이날 메타 주가는 전날보다 3.92% 하락한 128.54달러로 마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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