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청계산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플레이어 글램핑’ 행사를 열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지난 20일 저녁,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차를 몰고 청계산 방향으로 20여분 가자 주변이 깜깜해지며 차 한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포장길이 나타났다. 5분여 흙길을 달려 올라가자 주황색 꼬마 전구들로 장식된 캠핑장이 나타났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육성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서울 서초구 청계산장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넘어’를 주제로 글램핑 행사를 열고 있었다.
이날 행사엔 국내 주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company venture capital)과 대기업 신사업 개발·투자 담당자, 스타트업 및 지원기관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 직접 뛰어들기엔 몸집이 무거운 대기업 입장에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활용해 내부 혁신 전략에 마중물을 부을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선 대기업이 뚫어 놓은 판로를 활용해 사업모델을 검증하고 시장을 넓힐 수 있다. 가벼운 협력이 계기가 돼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는 “최근 지속가능한 미래와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는 혁신적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을 끌어다가 펀드를 만들어 투자해 단기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반 벤처캐피털과 달리, 기업형 벤처캐피털은 100% 자기 자본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투자가 가능하다. 이에 당장 대중 접점을 가진 서비스를 내놓기 전인 스타트업이더라도 기술력이 탄탄하다는 게 입증되면 투자 대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된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 접목하기 좋은 기술이나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것도 특징이다.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임정민 투자총괄은 “신세계그룹이 이미 구축한 물류·유통 플랫폼과 시너지를 내기 좋은 소매·모빌리티·라이프스타일 분야나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바이오·헬스케어·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분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벤처캐피털이 없는 기업들의 내부 혁신 전담팀이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벌이거나 투자를 집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에스(GS)에너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력·집단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을 기반 사업으로 두고 있다 보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나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충전, 수소경제 등 분야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해 ‘녹색 포트폴리오’를 늘려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기업 임원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 계획 중인데, 그 과정에서 식음료 유통·헬스케어·라스트마일(최종 단계) 모빌리티 등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기여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에스에너지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지에스 챌린지 퓨처에너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를 오는 11월18일까지 모집한다. 앞서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선 바이오·헬스케어·에너지·친환경 등 분야 스타트업 12곳이 참여해 시장 적합성 검증과 사업 실증 기회 등을 얻은 바 있다.
디지털 전환 전문업체 엘지씨엔에스(LG CNS)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몬스터’를 2018년부터 5회째 운영 중이다. 이 업체는 이 달 중순 스타트업 몬스터 프로그램 참여 스타트업 7곳을 선발해 6개월 동안 신기술을 검증한 뒤 엘지씨엔에스 고객사 대상 솔루션 제안 기회, 각 1억원씩 총 7억원의 지원금 혜택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엘지씨엔에스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육성한 스타트업 10곳의 기업가치가 선발 시점 대비 평균 5배 성장했고, 10배 이상 성장한 스타트업도 3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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