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용량·속도의 ‘1테라비트(Tb) 8세대 브이(Vertical)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셀(저장공간)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24단 낸드를 개발해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기술 진화를 거듭해 9년 만에 200단 이상의 8세대 낸드를 양산하게 됐다. 한정된 공간에 셀을 더 많이 쌓게 되면서 저장용량은 늘고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8세대 브이 낸드에 최신 낸드플래시 인터페이스 ‘토글 DDR 5.0’을 적용했다”며 “7세대 낸드보다 약 1.2배 빠른 최대 2.4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개의 셀에 세 개의 정보(비트)를 담는 기술인 ‘티엘시’(TLC·Triple Level Cell)가 적용된, 업계 최고 수준 비트 밀도(Bit Density)의 고용량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2016년 368억달러에서 2021년 684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의 영향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점은 물론 소형이어서 스마트폰 내장 메모리, 유에스비(USB), 대용량 저장장치(SSD) 등에 널리 쓰인다. 올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3%로 1위이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와 일본 키옥시아가 각각 20.4%, 16.0%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자동차에도 고성능 메모리 탑재가 늘며 낸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이후에는 서버, 모바일, 전장분야가 낸드 메모리 3대 수요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도체 제조업체 간 ‘단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7월 232단의 낸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 8월 238단 낸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8세대 낸드 양산에 이어 2024년에는 9세대 낸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1천단 넘는 브이낸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천단은 7세대인 176단에 견줘 저장 용량이 5배를 넘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허성회 부사장은 “8세대 브이낸드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더욱 차별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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