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키넥트’ 게임기술 선보여
마우스·키보드 없이 조작 가능
컨트롤러 이용한 ‘위’와 차별화
마우스·키보드 없이 조작 가능
컨트롤러 이용한 ‘위’와 차별화
# 움직이는 고속열차 안에서 태블릿피시로 전자신문을 선택해 월드컵 축구 관련기사를 읽다가 사진을 클릭하니 새벽에 치러진 경기 주요장면 동영상이 나온다. 휴대전화로 길 앞의 건물을 비추면 화면에 건물 안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가 한눈에 나타나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자동차에 올라타 목소리로 행선지를 말하니 자동차 스스로 길을 안내해준다. 영화 속에서 보던 상상속 미래의 풍경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자게임전시회(E3)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동작인식 게임기술 ‘키넥트’(Kinect)는 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닌텐도의 위(Wii)처럼 컨트롤러를 이용한 동작인식 게임이 나온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의 일이지만, 키넥트는 사용자가 아무런 도구도 몸에 지니지 않은 채 몸동작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방식이다. 엠에스의 게임기 엑스박스360에 달려 있는 동작 인식장치는 사람의 몸동작과 얼굴, 음성을 인식해 게임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장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조작자와 인식장치간의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아 정교함은 떨어졌지만 화면의 시작 단추를 허공에서의 손짓으로 누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모든 명령을 손짓 발짓 등 몸동작으로 내릴 수 있었다. 키넥트는 닌텐도 위나 소니 무브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게임기지만, 기술적으로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하던 상상속 장면을 현실화시킨 이정표의 의미가 있다.
키넥트 발표를 계기로, 영화 속 미래 과학기술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02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허공에 3차원 영상을 띄워 손으로 조작한다. 8년 전만 해도 상상의 영역이던 투명한 디스플레이, 3차원 영상, 동작 인식, 홍채 식별, 얼굴 인식 등은 시연 단계를 넘어 상품화된 기술들이다.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정보를 현실의 영상에 부가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스마트폰에서 이미 인기 서비스가 됐다.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건물을 비추면 건물 내부와 업소의 정보를 보여주는 형태에 그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활발하다. 증강현실은 1984년 개봉된 <터미네이터>에서 이미 선보인 기술이다. 로봇 형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누군가를 응시하면 상대의 이름과 도달 거리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도 시판되는 베엠베(BMW) 528i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란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차량 앞 유리창에 내비게이션이 표시돼 운전자가 별도의 화면을 주시할 필요 없는 장치다. 국내에서 1980년대 방영된 <전격제트(Z)작전>에 나오는 제트카에 주인공이 음성으로 목적지를 향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은 이미 내비게이션에 채택됐으며 광고로도 소개된 기술이다. 터치스크린도 휴대전화와 태블릿피시 등에 널리 쓰이는 대중화된 기술이다. 애플 아이패드에서는 신문 지면 편집대로 기사를 읽다가 사진을 눌러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엘지(LG)디스플레이는 휘는 전자종이를 개발해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얼굴 인식은 최근 시판되는 디지털카메라에 대부분 채택된 범용 기술이다.
1982년에 발표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는 눈의 망막 구조로 사람을 식별하는 장면이 나온다. 망막과 홍채를 활용한 생체기반 신원 확인기술은 이미 미국·캐나다·영국·네덜란드 등의 입국 심사장에서 가동 중이다. 스마트폰은 공상과학영화 속 현실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에 채택된 ‘안드로이드’, ‘넥서스’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따온 이름이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인문학과 상상력은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동력이기도 하다. 19세기에 활동한 작가 쥘 베른은 잠수함과 우주선의 개념이 없던 시기에 <해저2만리>와 <달나라 여행> 등의 작품을 통해, 100년 뒤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다. 미국에는 ‘스타 트렉 효과’란 말이 있다. 1960년대부터 방영된 인기 티브이 연재물 <스타 트렉>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영화 속에 소개된 휴대전화, 자기공명촬영장치(MRI) 등을 개발하도록 이끈 동력이 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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