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피스 도입한 서울도시철도공사
[한겨레 특집] 모바일 오피스
통신장애·오작동·작은화면 ‘애물단지’
회사쪽 “1100억원 플러스 효과” 주장
통신장애·오작동·작은화면 ‘애물단지’
회사쪽 “1100억원 플러스 효과” 주장
모바일 오피스 도입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직 노동자인 ㅈ씨는 출근하면 사물함에 넣어둔 ‘옴니아2’폰부터 꺼내든다. 사번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사내 지하철 유지관리 시스템에 접속된다. ㅈ씨는 여기에다가 소화전, 위생설비, 출입구 보도 침하상태, 에스컬레이터 등등 지하철 6호선 ㄱ역에서 점검하고 조처한 사항을 날마다 입력한다. 스크린도어 고치기부터 화장실 형광등 갈아끼우기까지 ‘맥가이버’가 따로 없다.
회사가 7개 기술직종을 통폐합해 토목 전공자인 ㅈ씨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도 고역이지만, 정작 요즘 그를 괴롭히는 건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는 케이티(KT)와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고, 지난해 12월 직원 6500여명에게 모두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ㅈ씨 같은 기술직과 역무직 등 2000여명의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점검보수 결과 입력, 고장 신고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사진)
도시철도공사 쪽은 “스마트폰 하나로 지하철의 각종 시설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다”며 “업무처리가 간소화되고 고장 처리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자랑한다. 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는 도시철도공사가 이 시스템을 102억원을 투자해 도입함으로써, 직접 운용비용 284억원 절감, 간접적인 미래 혁신가치 1100억원의 플러스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정작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통신 장애와 스마트폰 오작동이 잦아 되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노조에선 기술직원들에게 담당 역사를 지정해 출근하도록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인력 공백을 메우려는 것에 항의해 지난 3월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만 모든 업무처리 내용을 입력하라고 강제하는 태도가 반발을 사고 있다. ㅈ씨는 “피시(PC)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스마트폰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일일이 입력하기가 번거로워 아예 퇴근시간 직전에 몰아서 입력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과거 피시로는 고작 10분이면 충분하던 입력 작업이 스마트폰으로는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요즘 직원들 사이엔 아예 피시로 입력하고도 스마트폰에서 한 것처럼 보이게 속일 수 있는 ‘꼼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관리자들이 “왜 스마트폰으로 입력하지 않았느냐”고 닦달하는 탓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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