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예산삭감 따른 “고육책”
“사전심사제도와 모순” 지적도
“사전심사제도와 모순” 지적도
새해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물에 적용되는 등급 심의 수수료가 100% 인상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물 등급 심의규정 개정안을 21일치 <대한민국 관보>에 게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새해 1월13일부터 인상된 수수료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인상안에 따르면 포커와 고스톱 등 도박모사게임은 현재 72만원인 등급심사 수수료가 300만원으로 316%,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108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78% 인상된다. 스마트폰용 게임이나 오픈마켓용 게임 수수료도 70% 안팎 올라간다. 등급 심의 수수료 인상은 정부가 게임위의 내년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하고 등급 분류 수수료를 통해 부족한 예산을 자체 조달하도록 한 데 따라 빚어진 ‘고육책’이다. 게임위의 등급 분류에 대한 국고 지원이 크게 삭감되면서 게임위는 내년도 69억원의 예산 중 24억원을 수수료로 조달해야 하고, 이는 수수료 대폭 인상으로 이어졌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국회에서 게임 등급 분류에 드는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해, 수익자인 게임업체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개정안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국내 게임물 사전등급제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유럽·미국·일본 등에서도 ‘성인용’ ‘청소년용’ 따위로 게임물의 내용 등급을 표시하고 업체들이 관련 심의 비용을 부담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업계 자율로 이뤄진다. 이들 나라에서는 등급 심의와 표기를 하지 않으면 학부모단체 등의 비판에 직면해 사실상 정상 판매가 불가능해지므로, 업계와 협회 주도로 등급 표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모든 게임물이 사전 등급분류를 받도록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돼 있고, 정부가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산을 지원하며 심의제도를 운영해왔다. 국내의 게임 등급 분류는 정부 주도의 강제 사전심의인데 그 경비는 수익자인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상호 모순적인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정부의 게임물 사전 등급분류제도는 수수료의 적정성과 별개로, 모바일 시대에 국내 정보기술 환경을 국제적 흐름과 단절시키는 ‘갈라파고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받아왔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등은 국내의 게임물 사전등급 분류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종의 검열에 해당하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만든 모든 게임을 사전 심의 이후에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발하며 국내 콘텐츠장터에서 게임물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
20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경찰의 음주음전 테스트나 국가시험기관의 전자제품 품질 검사처럼 정부 기관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안전성 검사를 수익자 비용 부담으로 하는 게 과연 적정한가”라는 질문도 제기됐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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