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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선불요금제 전환 불허…통신비 완화정책 ‘공수표’

등록 2011-03-15 08:25

이통사들, 매출 감소 우려
“후불제 계약 해지뒤 써라”
위약금 내고 번호도 바꿔야
이동통신 업체들이 후불요금제 가입자의 선불요금제 전환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와 선불요금제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이 ‘공수표’로 끝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대통령·국회 업무보고와 당정협의, 물가 관련 경제정책조정회의 때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와 선불요금제를 활성화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혀왔다.

14일 <한겨레> 확인 결과, 이동통신 업체들은 후불요금제 가입자가 선불요금제로 전환하려면 가입계약을 해지하고 선불요금제로 다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고, 약정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선불요금제로 전환하면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선불과 후불요금제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따로 관리하고 있어, 후불요금제 가입자가 선불요금제로 전환하려면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며 “요금을 받는 체계가 달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선불요금제란 일정 금액을 예치하게 한 뒤 이용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이고, 후불요금제는 사용 뒤 나중에 월 단위로 요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선불요금제의 경우 가입비와 기본료가 없는 대신 통화료가 비싸고, 이용자가 휴대전화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월 통화량이 적거나 짧은 기간 이용할 때 유용한 요금제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체 쪽에서 보면, 가입자 관리가 쉽지 않고 가입자당 매출도 낮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업체들은 가입자당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선불요금제 활성화를 막고 있다. 업체들은 선불카드 구매를 통해서만 선불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하면서 일부 대리점에만 선불카드를 비치하고, 고액 충전만 가능하게 하는 방법 등의 선불요금제 활성화 방해 행위를 일삼다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적발돼 개선 권고를 받기도 했다.

선불요금제는 월 통화량이 100분을 밑도는 소량 이용자에게는 유리한 요금제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1.4%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의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다. 영국은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 가운데 64%, 프랑스는 32%, 미국은 17%가 선불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후불요금제의 선불요금제 전환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도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포화상태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를 시장에 진입시켜 선불요금제 등 싼 요금을 앞세워 기존 이동통신 업체와 가입자 유치경쟁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해왔다. 하지만 후불요금제 가입자가 선불요금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전화번호를 바꾸기 싫어 찬밥 대우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011~9(01X) 번호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요금이 아무리 싸도 전화번호까지 바꾸면서 선불요금제로 옮기는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후불요금제로 전환하려면 해지와 재가입 절차를 통해 전화번호를 바꾸게 하는 것은 현행 번호유지 정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을 준비중인 한 업체 임원은 “선불요금제로 전환하려면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고, 이동통신 약정기간이 30개월까지 늘어난 지금 상황에서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와 선불요금제 활성화를 통해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먹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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