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10명 돕는 ‘멋쟁이 맥가이버’

권병우

권병우씨 ‘2010 최고 집배원’ 뽑혀

“우리 집배원 아저씨는 무너진 화장실도 고치고, 전기도 고치고 정말 못하는 게 없어. 딸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다니까.”

인천 문학동 달동네에 사는 홀몸 어르신들은 집배원 권병우(43·사진·남인천우체국)씨를 가족보다 더 살갑게 생각한다. 날마다 동네를 둘러보며 무슨 일이든 도와주는 그를 ‘멋쟁이 권상우’로 부를 정도다.

권씨는 17일 열린 우정사업본부의 ‘2010년 우편연도대상’ 시상식에서 전국 1만7000여명의 집배원 가운데 최고 집배원으로 뽑혀 대상을 받았다. 금상은 김신석(담양)·민병철(정선남면), 은상은 김동섭(구미)·변기주(남원아영)·강성식(대전), 동상은 박용성(여수)·이종호(서울관악)·최기석(안성죽산)·박수정(서울강남) 집배원이 각각 받았다.

5년 전부터 문학동을 맡고 있는 권씨는 눈과 귀가 모두 어두워 끼니조차 잘 챙기지 못하는 성아무개(75) 할머니에게 대신 장을 봐다 주고 반찬도 갖다준 것을 계기로 어르신들의 말벚과 보호자로 나섰다. 이제는 아내와 함께 10여명의 홀몸 할머니들을 돌봐드리고 있는 그는 우편물이 없을 때도 집집마다 들러 연탄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전기는 제대로 들어오는지 살핀다. 지난 겨울에는 밤새 눈이 많이 내려 성 할머니의 화장실이 무너지자 곧바로 자재를 사와 화장실을 수리하기도 했다. 그는 “늦게 퇴근하더라도 둘러봐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