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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숨막히던 방진복 없앴다, 생산성이 올라갔다

등록 2011-05-15 20:44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의 기존 생산라인 작업 모습.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의 기존 생산라인 작업 모습.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LGD 파주공장 ‘신선한 시도’
컴퓨터로 원격 제품검사
8세대 무인 생산라인 구축
눈 피로감·알러지 감소
소모품·세탁 비용 절감도
만족도 커져 퇴직율은 ‘뚝’
 8세대 생산라인에선 근무자들이 방진복을 입지 않은 채 원격으로 생산공정을 제어하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8세대 생산라인에선 근무자들이 방진복을 입지 않은 채 원격으로 생산공정을 제어하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에 있는 엘지디스플레이(LGD) 파주공장의 8세대 생산라인. 20층 아파트 높이 공장의 각 층에 근무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누르스름한 불빛 아래서 기계가 열심히 유리 기판을 나르고 뒤집기를 반복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르오에스(ROS)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사무실에서 근무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장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한다.

100여명의 여성 근무자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생얼’에 헐렁한 트레이닝복과 양말 차림으로 일하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원격으로 제품 검사용 현미경을 생산 중인 패널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고, 불량한 곳을 찾아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모습이 마치 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엘지디스플레이가 파주 공장에 구축해 이날 처음으로 <한겨레>에 공개한 ‘무인 엘시디 생산라인’ 모습이다. 국내 엘시디 업체 가운데 최초의 무인 생산라인으로, 외부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엘시디 공장은 모든 일을 컴퓨터를 통해 처리합니다. 근무자들이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 청정복을 입고 누르스름한 불빛 아래 하루 8시간씩 서서 일해야 하는 불편을 줄여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터에, 모든 일을 컴퓨터를 통해 하는데 굳이 클린룸 안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무인 생산라인 구축을 맡았던 박만헌 엘지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기술담당(부장)은 “근무자 만족도와 생산성 모두 높아졌다”며 “경영진은 물론이고 구본무 회장도 공장을 방문하면 아르오에스실을 꼭 둘러본다”고 말했다.

원격제어시스템 도입 이후 생산라인 근무자의 퇴직율도 크게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생산라인 근무자는 입사 이후 6개월 안에 그만두는 비율이 40% 가까이 되는데, 원격제어시스템이 구축된 8세대 생산라인 근무자의 퇴직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청정복을 입고 공장 안에서 일할 때는 땀도 차고, 옆 사람과 의사 소통도 잘 안 돼요.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하구요. 무엇보다 누르스름한 불빛 속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눈도 쉽게 피곤해지고, 청정복 착용에 따른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요.” 구미 공장에서 일하다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올해 5년차의 홍은혜 제품검사 반장은 “8세대 공장 배치 명령을 받으면 ‘로또에 당첨됐다’고 할 정도로 이곳 근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도 크다. 미세공정기술이 적용되는 엘시디 공장의 최대 적은 먼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먼지라도 엘시디의 회로에는 치명적이다. 근무자 한 명이 클린룸 안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소모품과 세탁비로 1300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제는 이 비용도 대폭 줄었다.


하지만 무인공장을 시도한 8세대 생산라인도 아직 완전한 무인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일부 공정은 근무자가 직접 들어가 처리해야 한다. 박만헌 부장은 “새로 짓고 있는 9세대(P9) 생산라인은 원격 처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클린룸 안에 근무자가 한 명도 없게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엘지경제연구원에 맡겨 엘시디공장 원격관리시스템의 효과를 산업적·노동자적 관점에서 계량화하는 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파주/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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