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애플과의 특허 싸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례식 뒤에는 예정대로 아이폰4에스(S)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지역 확대 등 애플을 상대로 한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최지성 부회장 이름으로 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회장에 대해 애도를 표시했다. 최 부회장은 “고인은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끈 천재적 기업가였고, 그의 창조적 정신과 뛰어난 업적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애플과의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한 언급을 삼가기로 했다.
하지만 ‘휴전’은 장례식 기간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아이폰4에스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미국·아시아·호주 등으로 확대하고, 애플이 낸 특허침해 소송에도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기술 특허를 사용한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한 특허침해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스티브 잡스는 고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74살 나이에 반도체 사업에 도전한 이 선대 회장은 당시 28살인 잡스를 처음 만난 뒤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애플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이건희 회장도 잡스와 종종 만났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역시 애플 본사를 여러차례 방문해, 잡스로부터 아이폰 샘플을 소개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잡스가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 시장에서 애플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삼성전자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면서 거리가 멀어지지 시작했다. 실제로 잡스는 삼성전자의 7인치 갤럭시탭에 대해 “‘도착시 사망’하는 운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고, 아이패드2 발표 행사장에선 삼성전자를 ‘모방꾼’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급기야 애플이 지난 4월 삼성전자의 갤럭시에스와 갤럭시탭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내면서 둘의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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