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삼성과 LCD 합작사업 발빼나

TV사업부문 부진 구조조정
지분전량 삼성에 매각 추진

일본 소니가 삼성전자와 맺은 텔레비전용 대형 액정화면(LCD) 합작사업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나섰다.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설립한 ‘에스(S)-엘시디(LCD)’ 지분 전량을 삼성전자 쪽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의 합작사업을 올해 말까지 모두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지난 2004년 대형 엘시디를 생산하는 합작법인 에스-엘시디를 설립했다. 삼성전자가 주식 한 주를 더 가지며 경영을 맡고, 에스-엘시디가 생산하는 엘시디 패널을 삼성전자와 소니가 각각 절반씩 공급받는 조건이다. 소니는 이후 2009년까지 에스-엘시디에 모두 1조9500억원을 투자해 대형 엘시디 생산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이후 소니는 텔레비전 사업 전략의 초점을 외형보다 채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왔다. 텔레비전 시장의 주도권을 이미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에 빼앗김에 따라 적자가 불어난 탓이다. 실제로 소니는 텔레비전 사업에서 올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 누적 적자 규모만 4500억엔(6조6000억원)에 이른다. 세계 각 나라에 뒀던 사업 거점을 매각하거나 통폐합하고, 대만 업체에 텔레비전 생산을 위탁하는 등의 조처가 뒤따랐다. 현재 소니의 텔레비전 생산위탁 비율은 50%를 넘는다. 소니는 이미 올해 초 감자 형식을 통해 에스-엘시디에서 3000억원을 빼간 바 있다.

소니와의 엘시디 생산 합작사업이 끝날 경우, 삼성전자로선 새로운 엘시디 패널 판매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자금 확보 차원에서 에스-엘시디 지분 매각을 검토해온 것은 맞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