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쪽 “애플, 핵심 부품 대만업체로 대체하려다 문제 발생”
지난 10월 미국 애플은 차기작으로 ‘아이폰5’를 발표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폰4에스(S)를 신제품이라고 내놨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한때 ‘애플의 혁신은 끝났다’라는 식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애플은 왜 아이폰5 대신 아이폰4에스를 내놓았을까?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애플이 아이폰5를 내놓지 못한 이유는 애초 대만 업체한테 새로 맡긴 핵심 부품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이폰5 양산 결정에 앞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대만 업체가 만든 핵심 부품의 안정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할 수 없이 아이폰5 발표를 미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갤럭시에스2와 갤럭시노트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를 마냥 미룰 수 없었던 탓이다.
삼성전자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5와 아이패드3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가운데 2가지를 대만 업체한테 새로 맡겼는데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과도한 발열 등의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방안으로 대대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삼성전자한테 맡겨온 부품 생산을 대만 업체로 바꾸는 전략을 펴왔다.
이번 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품 경쟁력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아이폰4에스에도 아이폰4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품이 쓰이고 있다. 그간 ‘애플이 아이폰5용 애플리케이션 칩을 대만 티에스엠시(TSMC)에 맡기려고 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능과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온 배경도 앞선 기술력에 있다.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전 회장의 추도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2시간 이상 따로 만난 것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이 이건희 회장한테 따로 보고한 것을 보면,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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