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억 지분투자 미 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 파산보호 신청
에스케이텔레콤(SKT)이 6000만달러(670억원)를 지분 투자한 미국 통신회사 라이트스퀘어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국외투자 손실 경험이 유난히 많은 에스케이텔레콤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14일(현지시각) 라이트스퀘어드가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기업의 채무이행을 중지시키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로,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필립 팔콘이 대주주인 라이트스퀘어드는 4세대(G) 롱텀이볼루션(LTE) 기술에 바탕한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려다 지피에스(GPS) 망과의 간섭이 문제가 돼 난항을 겪고 있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10년 이 회사에 6000만달러를 출자해 지분 3.3%를 확보한 바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1위 업체지만, 유독 국외투자에선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200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자회사 힐리오를 설립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투자액 4000억~5000억원 대부분을 손실처리하고 사업을 접은 게 대표적이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엔 사이공포스텔과 손잡고 베트남에도 진출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8년만에 투자금 1억5000만달러(1700억원가량) 대부분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6년에는 중국의 차이나유니콤이 발행한 10억달러 규모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바꿔 지분 6.6%를 확보했다. 하지만 합병으로 지분율이 3.8%로 줄어들어 영향력을 잃은데다 이 회사가 에스케이텔레콤이 경쟁력이있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대신 유럽식이동통신(GSM)에 주력하기로 하자, 결국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사실 한해 2조가량 영업이익을 내는 에스케이텔레콤으로서 손실 규모 자체는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돈 벌어 국외에서 까먹느냐?’라는 소비자와 정치권의 지적에 할 말이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태라 국외시장 진출을 포기할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산업의 특성상 국외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외국기업에 대한 견제도 심하다”며 “하지만 번번히 손실만 내는 것은 회사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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