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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유령’이 그린 사이버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등록 2012-08-06 20:42수정 2012-08-07 10:20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에서 <유령>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안랩 제공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에서 <유령>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안랩 제공
악성코드로 국가전력망 마비
파일에 정보 숨기는 기술 등
드라마 위해 일부 과장했지만
가상 아닌 현실가능한 이야기
런던올림픽 때문에 잠시 결방 중이지만, 누리꾼들 사이에 <에스비에스>(SBS) 수목드라마 <유령>이 은근 화제다. ‘국내 최초 사이버범죄 드라마’답게 의학드라마 이상으로 전문용어가 넘쳐나지만, 15~20%의 양호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버범죄의 어떤 면이 시청자의 관심을 끈 것일까? 또 드라마 속 이야기는 얼마나 현실성 있을까?

■ 사실성 높은 각종 사이버범죄 선보여 ‘호응’ <유령>은 다양한 사이버범죄와 그 해결 과정을 담은 추리극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인 만큼, 사람들에게 최대한 익숙한 이슈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사이버범죄들을 녹여낸다.

드라마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유명 연예인 신효정이 자살을 암시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숨진 채 발견되고,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본격화한다. 자살이 유력했지만, 사이버수사대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데 사용된 무선랜(공유기)에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암호가 없으면 반경 50m 이내에 있는 누구나 해당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다.

이어 신효정이 숨지기 직전 스테가노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난다. 스테가노그래피란 사진이나 음악 파일 등에 특정한 정보 파일을 숨기는 기술이다. 신효정이 스테가노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살인사건 목격자가 녹화한 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범인(매니저)의 윤곽이 드러난다. 작은 실마리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진실 규명의 계단을 밟아가는 범죄드라마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무선공유기와 스테가노그래피 등 전문적인 영역을 잘 녹여냈다.

5화에서는 범죄 조직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을 이용해 범인들의 아지트를 찾아내는 해킹 기법이 등장한다. 메신저를 이용해 엑셀파일로 위장한 공격코드를 전송하고 원격 제어 악성코드가 설치되자, 아지트의 모습을 담은 컴퓨터의 웹캠이 남몰래 상대방에게 전송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9년 7월과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백~수천대의 컴퓨터를 좀비 피시(PC)로 만들어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게 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도 그려진다.

6화 과거회상 장면에서는 박기영(최다니엘 분)이 호기심으로 경찰대 동기생 김우현(소지섭 분) 아버지의 전자우편을 해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사계장을 사칭해 경찰 고위간부였던 친구 아버지의 전자우편 주소로 악성코드를 담은 메일을 보내고, 친구 아버지가 이를 클릭하자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정보가 유출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피어 피싱’이라고 불리는 해킹 기법이다. 이외에도 14화에서는 백신 소프트웨어를 가장한 해킹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자문 참여…“현실서 가능한 일들” <유령>의 성공 뒤엔 실제 사이버전문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등이 자문으로 참가해 극의 사실성을 높였다. 제작진 요청으로 대본을 검수하고 촬영공간을 제공하기도 한 안랩 시큐리티대응센터 쪽은 “극적 긴장감이나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된 표현도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턱스넷 악성코드를 이용해 국가 기간시설인 전력망을 다운시킨 사례가 그렇다. 극에서는 대한전력 보안팀 직원의 집에 침입해 직원이 사용하는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고, 이 직원은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해 이 저장장치를 중앙통제실 컴퓨터에 꽂아 도시 전력망의 블랙아웃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군과 발전소 등 특수기관은 일반 네트워크와 분리돼 있어 외부 침투가 안 된다. 개인 이동식저장장치 사용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하지만 아무리 대처를 잘해도, 매수된 직원과 고급 해커 등이 결합한다면 네트워크 침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상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반 시민들이 현실에서 접하는 사이버범죄는, 악성 댓글 또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해킹-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이 대부분이다. <유령>에 등장하는 범죄 수위에 비하면,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한 개인정보를 빼낸 경우(케이티)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유령> 속 사건들이 언제 어떻게 현실화돼 우리 곁에서 일어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와 넥슨 해킹 사건은, 누가, 어떻게, 왜 해킹을 했는지조차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인류가 창조한 제2의 세상, 사이버 세계는 인류 삶의 새 장을 열었지만, 그만큼 위험한 세상이기도 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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