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당 매출 KT수준 끌어올려 주파수 확보·엘티이 확대 공격경영
2분기 손실 321억에도 시장 호의적
통신업계의 ‘막내’ 엘지유플러스(LGU+)가 이달 안으로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엘티이(LTE) 투자를 선점하면서 매달 가입자가 8만명가량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만년 꼴찌’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이상철(64·사진) 부회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달 안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유력
올 상반기 엘지유플러스 가입자는 46만명(939만명→985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11만명 증가한 에스케이텔레콤(SKT), 7만명 줄어든 케이티(KT)에 견줘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엘지유플러스는 7월에도 가입자를 10만명가량 늘린 것으로 추정돼, 가입자 1000만명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가입자 1000만명 돌파가 경쟁사인 에스케이텔레콤(6월 말 기준 2666만명), 케이티(˝ 1649만명)에 비하면 한참 뒤늦은 기록이지만, ‘만년 3위’ 엘지유플러스로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1강(SKT)-1중(KT)-1약(LGU+)’ 업계 판도를 ‘1강-2중’으로 재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엘지유플러스의 약진은 엘티이 덕이 크다. 3세대(WCDMA)망 설비투자비를 다 회수하지 못한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가 주춤하는 사이, 2세대(PCS)망을 운용하던 엘지유플러스가 한 단계를 뛰어넘어 엘티이 전환에 나섰다. 통신사 매출·수익의 핵심인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크게 향상됐다. 엘지유플러스의 가입자당 평균매출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2만6000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2분기엔 2만9282원으로 뛰었다. 2위 케이티(2만9447원)와 별 차이가 없다. 엘티이 가입자 수는 7월 말 현재 295만명으로 에스케이텔레콤(422만명)보다는 뒤지지만, 엘티이 가입자 비율은 30% 수준으로 2배 이상 높다.
엘지유플러스의 이상철(64) 부회장
엘지유플러스의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2010년 취임한 이상철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 메이저인 케이티 사장(2001~2002년)과 정보통신부 장관(2002~2003년)을 지낸 거물이어서 그룹에서 상당한 예우와 재량권을 보장해주며 모셔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통의 전문경영인과는 위상이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차단 논란 때, 경쟁업체들과 달리 엘지유플러스가 ‘전면 허용하겠다’며 나선 것도 이 부회장의 결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주파수 경매 때 ‘주파수가 없어 가난하다’는 이른바 가난의 대물림론을 내세워 2.1㎓ 대역 주파수를 단독 입찰해 하한가인 4455억원에 가져온 것도 그의 경영성과로 손꼽힌다. 엘티이를 확대하며 엘지전자가 생산하는 옵티머스 단말기 판매에 주력하는 등 그룹과의 관계 설정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림자도 짙다. 엘티이망 구축과 마케팅에 소요된 재원을 마련하느라 차입금이 2010년 2분기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분기 3조원으로, 올 2분기엔 4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2년 새 104%에서 201%로 급증했다.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진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금융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회사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엘지유플러스에 대한 시장 평은 갈린다. 키움증권은 지난 1일 가입자당 평균매출 상승세 등을 들어 엘지유플러스 목표주가를 7200원에서 7400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였다. 하지만 하루 앞서 발표된 엘지유플러스의 실적은 바깥의 우려를 낳을 정도로 매우 부진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95%나 줄어든 31억원에 지나지 않았고, 순손실은 321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악이었다. 정보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전문경영인이라면 순손실이라는 모험을 감수하고 엘티이에 베팅할 수 있었겠느냐?”며 “만년 꼴찌라는 회사 위상과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지만, 온전한 평가를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