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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구글 지도에선 흐릿하게 보이는 청와대, 다음 지도엔 없는 까닭

등록 2012-10-15 19:18수정 2012-10-15 21:14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전국 방방곡곡 골목길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인데, 정부는 안보를 내세워 일정 축척이상 지도는 국외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구글맵이 한국에서만 반쪽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다. 또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같은 이유로 중요 시설은 지도에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지도서비스에서 ‘청와대’는 녹지로 위장돼 표시되지만, 구글 지도서비스에서는 청와대 전경(지도에서 A로 표시된 지역)이 다 나온다. 대신 정밀도(축척)가 떨어진다.  누리집 갈무리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전국 방방곡곡 골목길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인데, 정부는 안보를 내세워 일정 축척이상 지도는 국외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구글맵이 한국에서만 반쪽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다. 또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같은 이유로 중요 시설은 지도에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지도서비스에서 ‘청와대’는 녹지로 위장돼 표시되지만, 구글 지도서비스에서는 청와대 전경(지도에서 A로 표시된 지역)이 다 나온다. 대신 정밀도(축척)가 떨어진다. 누리집 갈무리
정부 ‘지도정보’ 규제 모순
“국가안보상 중대한 침해 우려”
정부, 구글에 지도데이터 안줘
한국선 상세 지도 서비스 못해

 

국내포털 지도, 외국서 이용가능
‘지도반출제한’ 실제효과에 의문

 

국내포털은 보안시설물 지우지만
구글은 국내지침 안따라 ‘그대로’

정부 중앙부처의 김아무개 과장은 몇년 전 미국 출장 때 스마트폰 덕을 톡톡히 봤다. 워싱턴에서 구글맵(구글 지도) 서비스로 목적지를 검색했더니, 상세한 지도와 함께 빠른 길 안내, 실시간 교통상황 등 정보가 두루 소개됐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며칠 뒤 귀국해 구글맵을 켜본 뒤 적잖이 실망해야만 했다. 빠른 길 안내와 교통정보 제공은커녕 지도의 정밀도(축척)도 미국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맵이 이렇듯 미국과 한국에서 서로 다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국내 법규 때문이다. 현행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측량법)에서는 “국토해양부 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측량성과 중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16조1항)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축척 5만분의 1 미만인 소축척 지도와 축척 2만5000분의 1 지도의 경우, 국가정보원장의 보안성 검토를 거친 뒤에야 국외로 반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축척 2만5000분의 1 이상 상세한 지도의 국외 반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어, 국외에 서버를 둔 구글은 한국에서는 상세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구글은 2008년 2월 우리나라 정부에 구글서비스(자동차 길찾기 및 교통정보 제공) 용도로 도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했으나 불허됐다. 구글코리아 쪽은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상용 서비스용으로 해외 반출 선례가 없고 국가안보상 중대한 이익에 침해를 가져온다’며 반출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에도 도로명 새주소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신청했지만 역시 불허됐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3차원 빌딩데이터 서비스도 지도데이터 반출 문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을 얘기하며 꼭 필요한 규제라고 한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들은 상세한 지도는 물론이고 길거리 모습까지 자세히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보상 이유로 지도반출이 금지된다지만, 외국에서도 이들 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북한에서 이미 남한의 골목길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업계에서는 이런 규정이 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스러워한다.

이렇듯 지도반출 제한의 실질적 효과가 의심되지만, 그에 따르는 폐해는 적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익숙하게 이용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만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구글지도를 활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길찾기 안내를 해주는 ‘워키토키’와 같은 서비스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지도 정보 제공을 금지해 애플과 구글 등 외국업체들은 우리나라의 국가 경계에 대한 정보조차 미비한 게 현실”이라며 “지난 6월 애플이 새로 출시한 지도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기돼 발칵 뒤집힌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도반출 규제는 당연하다는 태도다. 국토해양부 사재광 공간정보기획과장은 “지도에는 여러 정보들이 담겨 있어, 안보 문제 등을 감안해 (외국에는) 안 주는 것”이라며 “나라마다 특성에 따라 지도 정보를 규제한다”고 말했다.

지도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구글에서 청와대를 검색하면 건물과 앞마당이 보이지만,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청와대 전체가 녹지대로 표시된다. 국가정보원의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 기본지침에 따라 보안 시설물은 노출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해상도와 보안 규제 기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 포털 관계자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 이런 규제가 있다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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