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업특집|창조경영
‘창조경제 전도사’ 이민화 교수
‘창조경제 전도사’ 이민화 교수
“스마트 혁명으로 ‘가벼운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대학에선 창업 동아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요즘 ‘창조경제’를 주제로 수많은 강연을 다니는 이민화(60)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청년들이 창업을 꿈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예전엔 생산설비에 투자할 자본금이 필요한 ‘무거운 창업’을 해야 했다면, 지금은 카카오톡 모바일게임 애니팡처럼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가벼운 창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혁명이 창업시장에 가져온 변화다.
이 교수는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린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에 재학중이던 1985년 첨단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을 창업해, 국내 최초로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했다. 1995년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연매출 20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메디슨은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부도가 났고, 이 교수는 2002년 메디슨을 떠났다. 2009~2010년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기업호민관으로 일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앞세우기 훨씬 이전인 2009년부터 ‘창조경제연구회’를 설립했고, 거기서 연구해온 자료를 모아 지난달 <창조경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교수를 만나, 창조경제와 청년 창업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청년들이 창업하려 하지 않는 시대다.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월세가 밀려 쫓겨났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실리콘밸리에선 누구나 창업을 꿈꾼다. 우리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화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 교수는 일단 즐겁게 창업할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됐다고 본다. 앱스토어나 카카오와 같은 개방형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시장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창조성만 있다면 중소업체들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혁신이 쉬워진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정부 역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놨다. 이 교수는 “창업을 손쉽게 하는 첫번째 조건은 연대보증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제3자 연대보증만 폐지하기로 한 건 잘못이다. 창업자의 연대보증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빚을 내어 회사를 세웠다가 실패하면 창업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을 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창업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서도록 하는 대신 0.5% 정도의 가산보증료를 더 내게 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허, 엔젤투자기업 등 창조성을 거래할 ‘혁신시장’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기업 엠앤에이(M&A)를 아르앤디(R&D)로 보겠다는 건 전향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투자만 하라고 했지, 투자한 회사를 팔 곳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는 건, 회사를 수억달러에 사주는 엠앤에이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사진 공유 서비스 기업인 인스타그램을 12억달러에 인수하고,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처럼 벤처에서 사람을 빼오는 대신에, 제값을 주고 회사를 인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간다고 해서 국내 프로야구가 무너지진 않는다.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함으로써 벤처시장이 오히려 활성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벤처기업 매출이 삼성전자의 1.5배다. 지난 10여년간 대기업 일자리는 11만개 줄었지만, 벤처는 140만명을 더 고용했다. 1년간 경제성장률 1% 늘려서 일자리 12만개 만들어내봤자, 매년 사회로 쏟아져나오는 대학졸업생 35만명도 못 받아들인다.”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률 70% 달성’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 결국 청년 창업 활성화에 있다는 말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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