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SNS-모바일메신저 합병
‘라인’ 타격 우려에 주가 8% 하락
‘라인’ 타격 우려에 주가 8% 하락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190억달러(약 20조3870억원)라는 거액을 들여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와츠앱’을 인수했다. 이 여파로 네이버의 주가가 8% 넘게 빠지는 등 국내 업체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 보도를 보면,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전에 뛰어든 지 11일 만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인수금액 가운데 40억달러는 현금, 120억달러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와츠앱 창업자 얀 쿰과 브라이언 액턴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앞으로 4년 동안 총 3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추가로 나눠주기로 했다.
와츠앱은 2009년 창업 뒤 불과 4년여 만에 월간 단위 사용자가 4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신규 가입자만도 100만명에 이르고, 하루 500억개의 메시지를 처리한다. 직원은 기술진을 중심으로 단 55명뿐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페이스북과의 합병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들게 됐다.
와츠앱이 페이스북의 품에 안겼다는 소식은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와츠앱의 경쟁 서비스인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이날 주가가 전날(75만원)에 비해 8.13% 빠진 6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 시가총액(22조7000억원)은 하루 사이에 2조원이 증발했다.
와츠앱은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1위 업체다. 그 뒤를 중국 기업 텐센트의 ‘위챗’(웨이신·가입자 6억명)과 네이버의 라인(3억5000만명)이 맹추격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위챗이 많지만, 자국(중국)인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와츠앱에 못미친다.
와츠앱이 ‘거인’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모바일메신저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와츠앱은 1년 서비스 요금으로 1달러를 받는 대신 광고나 게임 등 유료 부가서비스가 없고 별다른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새 주인이 되면 훨씬 공세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일본·대만·타이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남미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한창 늘려가던 라인에 큰 타격일 수 있다. 이런 탓에 이날 네이버는 분주한 모습을 보였고, 주가도 폭락했다. 현재 해외 진출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카카오톡도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소식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페이스북 쪽은 와츠앱 한달 이용자가 조만간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계약 체결 직후 성명을 내어 “(와츠앱은)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이순혁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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