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할인 대신 11번가 포인트 지급
“고객몫으로 자회사 지원” 비판 일어
‘기간 내 미사용’ 수익 챙길수도
“고객몫으로 자회사 지원” 비판 일어
‘기간 내 미사용’ 수익 챙길수도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요금할인 대신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가입자의 선택 폭을 넓히면서 11번가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고 강조하지만, 가입자 몫인 요금할인액으로 자회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경쟁질서를 흔드는 처사란 뒷말도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일 약정 할인 대신 11번가 쇼핑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티(T)나는 쇼핑 포인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자가 약정 할인 대신 11번가 쇼핑 포인트를 받겠다고 하면 요금 할인액에 30%를 덧붙인 만큼의 포인트를 준다. 예를 들어, 월 6만9000원짜리 ‘엘티이 전국민 69 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한 고객이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월 1만7500원을 깎아주던 것을 없애고 2만2750의 11번가 쇼핑 포인트를 준다. 이 포인트는 11번가 쇼핑몰서 1포인트당 1원의 가치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11번가 쇼핑 포인트는 매달 7일에 지급되며, 지급일로부터 90일간 쓸 수 있다. 이후에는 사라진다. 학교 폭력 예방 차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팅’ 요금제 가입자는 제외됐다. 에스케이텔레콤 김선중 마케팅전략본부장은 “모바일 서비스의 생활필수 영역으로 자리잡은 전자상거래와 제휴 혜택을 마련해 고객, 제휴업체, 이동통신 회사 간 상생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고객 주머니에 넣어줘야 할 돈으로 자회사 지원에 나서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번가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 에스케이플래닛의 핵심 사업이다. 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에스케이플래닛의 실적이 좋아진다. 이 서비스를 통해 받은 쇼핑 포인트를 11번가에서만 쓸 수 있게 한 점을 들어, 고객의 선택을 제한하고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경쟁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객들이 쇼핑 포인트를 미처 쓰지 못해 발생하는 ‘낙전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750만 가까운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약정 할인을 받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 서비스 마케팅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에스케이플래닛의 매출 증대 효과가 연간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이를 통해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 온라인 쇼핑몰 시장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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