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입수한 에스케이텔레콤의 ‘시장감시단 운영 계획’ 문건. 이동통신 3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 시장감시단’과는 별도로 250여명 규모의 시장감시단을 운영한다는 방안과 함께 경쟁업체의 불법 행위 증거 수집 실적에 따라 최고 200만원의 수고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영업정지중 직원 400명 동원 상대방 매장 감시
1인당 200만원 수고비…경쟁사들 “영업 방해”
1인당 200만원 수고비…경쟁사들 “영업 방해”
이동통신 업계의 ‘맏이’이자 점유율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전국적으로 400여명 규모의 ‘보조금 파파라치’를 비밀리에 운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정지 명령으로 공격을 할 수 없는 틈을 타 가입자 빼가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경쟁업체들의 보조금 과다 지급 같은 불법 행위 사례를 수집·폭로해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를 알아차린 경쟁업체들이 영업방해 목적의 불법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어, 파파라치 논란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겨레>가 입수한 에스케이텔레콤의 ‘시장감시단 운영 계획’을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이동통신 3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 시장감시단’과 별도로 250여명 규모의 시장감시단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시장감시단은 영업정지로 할 일이 줄어든 전국의 대리점 직원들로 구성됐으며, 운영기간은 지난 4일부터 5월19일까지로 돼 있다. 시장감시단원한테는 경쟁업체의 불법 행위 증거 수집 실적에 따라 최고 200만원씩의 수고비가 주어진다.
시장감시단원에게는 페이백(현금 제공), 부당 할인, 잔여 할부금 대납, 카드사 포인트로 지원금 지급을 포함해 27만원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영업정지 기간 중 예약가입을 받는 행위 적발, 경쟁업체의 주요 판매정책 및 단말기 단가표 수집, 경쟁업체 영업동향 파악 등의 ‘임무’가 주어졌다. 경쟁업체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실제로 가입하면서 상담 내용을 녹음하고, 불법 영업 내용이 담긴 신청서와 단가표 같은 것을 챙기라는 세부 지침까지 내려졌다. 영업활동 등은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불법 행위 증거 수집 실적, 수집된 증거에 포함된 불법 행위의 경중 등에 따라 인센티브가 차등 지급된다.
문건에는 ‘정보원 비밀은 철저히 보장’한다는 문구도 담겨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건 속의 250여명은 대리점 직원들만을 꼽은 것이고,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하면 실제 움직이는 인력은 400명을 넘는다. 케이티가 영업을 재개하는 27일 이후에는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대리점들이 할 일이 줄었으니 뭐하냐. 경쟁업체들이 불법 행위로 우리 가입자를 빼가지 않는지 살펴 대응하는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리고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게 문제가 되냐”고 말했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엘지유플러스 쪽은 사실상 영업방해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시장감시단 운영이 자사의 영업재개를 앞두고 시작된 점을 들어 ‘엘지유플러스 죽이기’라고 주장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사정기관이라도 되는 것이냐.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 직원들이 수고비를 더 받기 위해 떼를 써 불법 행위를 유도하고, 판매 직원들을 장시간 붙잡아 기다리는 다른 고객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리점 상황을 몰래 녹음하고 영업활동 장면을 몰래 사진으로 찍으라고 한 것이 불법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엘지유플러스 쪽은 “영업활동 모습을 몰래 찍어 이용하고, 단가표 같은 마케팅 자료를 몰래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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