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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청소년들에게 제2의 스티브 잡스 꿈꿀 추억 주는 게 목표”

등록 2014-07-30 19:30수정 2014-07-30 21:33

세계 최초 개인용컴퓨터(PC)를 비롯해 그동안 출시된 각종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구경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내부. 엔엑스시 제공
세계 최초 개인용컴퓨터(PC)를 비롯해 그동안 출시된 각종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구경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내부. 엔엑스시 제공
개관 1돌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
국내 유일 컴퓨터·게임전문 박물관
천리안·바람의 나라·한메타자 등
1980~90년대 소프트웨어·게임 가득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체험하며 즐겨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소나무숲 옆 넥슨컴퓨터박물관. 여름휴가철인 때문인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3대가 함께 둘러보는 가족들도 보인다.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브라운관 모양의 모니터 화면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웃음을 짓고, 30대 아빠는 ‘바람의 나라’ 게임 화면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자녀들은 이런 어른들과 떨어져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박물관 곳곳을 누빈다.

대개 박물관이라고 하면, 해당 직종 종사자들이 아이디어를 얻거나 부모가 자녀들의 ‘숙제 해결’ 차원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선 “어! 이게 여기에 있네”라며 놀라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재밌어하는 어른들을 많이 본다. 실제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천리안, 하이텔, 플로피디스크, ‘바람의 나라’, 갤러그, 한메타자 등이 눈길을 잡는다. 한결같이 1980~90년대에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고, 연애를 하던 시절의 추억을 자극한다. 게다가 대부분 작동되고 직접 해볼 수 있는 상태로 전시돼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족들에게 왕년의 실력을 뽐낼 수도 있다.

박물관 겉모습. 엔엑스시 제공
박물관 겉모습. 엔엑스시 제공
한때 타자연습 도구로 인기가 높았던 한메타자.   엔엑스시 제공
한때 타자연습 도구로 인기가 높았던 한메타자. 엔엑스시 제공
지난해 7월27일 문을 연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1년 동안 11만여명이 다녀갔고, 요즘도 주중에는 하루 400여명, 주말에는 700여명이 찾는다. 전시 품목도 개관 당시 1800여가지에서 지금은 4000여가지로 늘었다. 하지만 박물관 쪽이 진짜 소중하게 여기는 성과는 이게 아니다. 최윤아 관장은 “김정주 엔엑스시(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어린 시절 교보문고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를 만지며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박물관이 제주지역 청소년들에게 제2의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 김정주를 꿈꿀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청소년들에게는 나중에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게 하고, 어른들한테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하기 위해, 가능하면 작동되고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 전시된 컴퓨터·정보기기·소프트웨어 등은 대부분 작동한다. 생태공원에서 개구리와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보고 만져보기도 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소프트웨어·게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하이텔·천리안 등으로 채팅을 하고, ‘바람의 나라’ 게임을 해볼 수 있다. 한메타자로 분당 몇 자나 치는지 내기를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브라운관 모니터의 ‘블루 스크린’(먹통 상태 화면) 화면은 애써 쓴 보고서가 날아가 발을 동동 구르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운영체제가 ‘도스’(DOS. 초기 피시 운영체제)인 컴퓨터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에 명령어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볼 수도 있다. 갤러그와 제비우스 같은 아케이드 게임들 앞에서는 어린 시절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에 있던 게임기로 게임을 하기 위해 몰래 아빠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거나 누나 저금통을 털었다가 얻어맞았던 추억도 떠오른다.

최초의 애플 컴퓨터.  엔엑스시 제공
최초의 애플 컴퓨터. 엔엑스시 제공
‘오픈 소싱’ 방식으로 전시 품목을 늘려가는 것도 넥슨컴퓨터박물관의 특징이다. 최 관장은 “지난 1년 사이 기증 제안을 받은 것만도 1000점이 넘는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자로부터는 아래아한글 글꼴 원본을 기증받았다. 대구의 한 게임업체 사장은 박사학위 논문 및 창업 작업 때 쓰던 워크스테이션을 기증하고, 지난 4월 전 직원이 박물관으로 워크숍을 오기도 했다. 하지만 ‘체험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작동되지 않는 것은 받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대한민국에서는 해결이 안 되던 문제가 이곳에서 풀리는 경우도 있다. “한 고객이 조심스럽게 싼 플로피디스크를 내밀었다. 돌아가신 형님의 유일한 사진이 들어 있는데 꼭 복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애원했다. 다행히 보존 상태가 좋아 복원해드렸다.” 최 관장은 “우리 박물관에서만 가능했다. 이를 계기로 플로피디스크에 담긴 데이터 복원 이벤트도 벌였다”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컴퓨터·게임 전문 박물관이다. 김정주 대표가 오랫동안 가졌던 꿈을 실현한 곳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994년 세계 첫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 오늘날 산업이 된 온라인 게임 분야를 개척하고, 넥슨의 글로벌 성공으로 세계적 부호가 된 인물이다.

“제주시에 사는 학생들은 아침에 와서 놀다가 집에 가서 점심 먹고 다시 와서 놀다 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게임에 몰두하지만, 곧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쪽으로 눈을 돌린다. 특히 레고로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 등에 관심이 많다.” 최 관장은 ‘아이가 박물관 와서도 게임만 한다’는 한 엄마의 푸념에 “게임은 아이들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에 관심을 갖는 관문이다. 컴퓨터 관련 박물관이나 신제품 전시회 등에 자주 데려가면 관심 대상이 넓어진다”고 조언했다.

제주/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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