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선 없는 판교테크노밸리
입주사 직원들이 만든 ‘궁즉통’
요금 대신 사회공헌 마일리지
이웃회사 직원들끼리 유대감도
입주사 직원들이 만든 ‘궁즉통’
요금 대신 사회공헌 마일리지
이웃회사 직원들끼리 유대감도
11일 아침, 에스케이플래닛의 김아무개 매니저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협력업체를 방문해 미팅을 하라는 지시를 갑자기 받았다. 마침 차를 갖고 출근했다. 그는 즉시 스마트폰에 깥아놓은 팡요 앱을 가동시켜 ‘오늘 오후 2시 이노밸리서 서울 여의도’라고 출장 일정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카풀 희망자 두명과 연결됐고, 김 대리는 약속장소에서 그들을 태우고 여의도로 향했다.
카카오와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게임·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 업체들이 모여있는 판교테크노밸리는 아직 건설중인 새 단지라 교통이 불편하다. 대중 교통과 주차장 시설 등이 준비되지 않아, 입주 기업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거나 출장을 다닐 때마다 애를 먹고 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불편을 참다 못한 에스케이플래닛 직원 몇명이 나섰다. 머리를 싸맨 끝에 ‘카풀’로 교통불편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하고, 지난 4월 ‘팡요’란 이름의 카풀 연결용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다. 팡요는 이처럼 사업이 아닌 불편 해소 차원에서 출발했다. 그로부터 5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팡요가 판교테크노밸리 직장인 간 카풀 연결로 교통불편 문제를 해소하는 메신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스케이플래닛은 “입소문을 통해 경험담이 퍼지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 앱을 내놓을 당시 4곳이던 참여 기업이 70여곳으로 늘었고, 요즘은 하루 30여건의 카풀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팡요를 통한 카풀 연결은 회원사 직원끼리만 이용할 수 있다.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조처란다. 소속 기업이 팡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이용자가 앱을 내려받은 뒤 회원 가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 때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한다. 그 뒤부터 차를 가진 사람과 동승 희망자 모두 각각 팡요에 접속해 출·퇴근 및 출장 일정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후 팡요 서버가 비슷한 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운전자와 동승 희망자의 일정을 교차 통보해, 약속 장소를 정해 함께 타고가게 한다.
요금은 따로 주고받지 않는다. 출·퇴근과 출장 때 카풀을 제공한 운전자한테는 ‘사회공헌 마일리지’가 쌓이는데, 쌓인 마일리지에 따라 운전자의 소속 기업이 회사 주차장 무료 이용권이나 주유권 등으로 노고를 보상한다. 에스케이플래닛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과 직원 복지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는 것이라 이런 보상체제가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판교 입주기업 직원간 교류도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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