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갖가지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자구책이 카카오톡의 사용 편의성과 효용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이 우리나라의 대표 메신저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꼽아온 ‘카카오톡’을 사지로 몰고 있는 꼴이다. 다음카카오 고위관계자는 “그러니 어쩌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주요 포털사와 함께 다음카카오(당시는 카카오)의 간부까지 불러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 사이버 검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후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이어져,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가 100만을 넘고, 하루 다운로드 수에서는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을 제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음카카오 고위관계자는 7일 “읽은 메시지는 바로 삭제하고, 1대 1 대화 내용은 암호화할 수 있게(프라이버시 기능 도입) 하는 등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을) 잠재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6~7일로 돼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애초 밝힌 대로 이달 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이와 관련해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는데만도 2~3일 걸린다. 메시지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면 영장을 가져와도 과거 메시지 내용은 이미 다 지워진 상태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기간을 줄이거나 읽은 메시지는 바로 지워지게 하면, 그만큼 카카오톡의 사용 편의성과 효용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다음카카오가 메시지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면, 여러 사람이 카카오톡을 통해 약속을 잡거나 중요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 등이 힘들어진다. 단체 카카오톡 참여자 가운데 일부가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48시간 이상 카카오톡 접속을 못하는 경우, 메시지를 볼 수 없게 된다.
읽은 메시지는 지워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는 스마트폰에서 읽은 메시지를 개인용컴퓨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읽은 메시지도 6~7일 저장했다. 하지만 읽은 메시지는 바로 지워지게 하면 이게 안된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여러가지 추가 대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카카오톡의 사용 편의성과 효용성을 반감시킬 수 있어 섣불리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의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이 화제가 되고 있어, 다음카카오가 사이버 검열 자구책 차원에서 카카오톡에 이를 채택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은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시간은 2초, 5초, 10초, 1분, 1일 등 가운데 고를 수 있으며, 자동 삭제 시간은 수신자한테도 통보된다. 한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솔직히 메신저로 주고받는 내용 가운데 딱히 보관해두고 다시 봐야 할 내용은 거의 없다. 메시지가 미리 설정한 시간 뒤 자동으로 삭제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깔끔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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