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스마트폰 출고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출고가를 낮춰 ‘대박’을 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출고가 20만~30만원대 스마트폰이 잇따르고, 고가 전략의 선봉에 섰던 최신·주력 모델의 출고가도 낮춰지고 있다.
반대로 단말기 지원금은 슬금슬금 높아져, 이미 상당수 스마트폰의 지원금이 상한(30만원)에 다다랐다. 고가 전략을 펴던 제조업체들은 단말기 알뜰 소비 분위기 확산 등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공장가동률까지 떨어지자 출고가를 내리고,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수혜를 독식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원금을 늘리는 모습이다.
엘지(LG)전자는 25일 ‘G3’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89만9800원에서 79만9700원으로 내린다고 23일 밝혔다. G3는 출시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엘지전자의 최신·주력 제품이라는 점에서 단통법 시행 효과로 꼽혔던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앞서 엘지전자는 지난 16일 ‘G3 비트’, ‘Gx2’, ‘G3 A’ 출고가도 내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판매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팬택은 파격적인 출고가 인하로 화제를 뿌렸다. 78만3200원 하던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를 35만2000원으로 내렸다. 엘지유플러스는 출고가 35만2000원짜리 베가아이언2로 하루 2500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이통 3사 모두 팬택이 법정관리로 가면서 골머리를 앓던 베가아이언2 스마트폰 재고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팬택 관계자는 “정말 오랜만에 ‘잘 나가는 스마트폰 3종’에 베가아이언2가 포함됐다. 이통 3사 모두 공장 창고에 있는 물량을 추가로 달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택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21일에는 ‘베가 팝업노트’ 스마트폰을 출고가 35만2000원에 출시해, 첫 공급물량 3만대를 2시간 만에 ‘완판’했다. 베가 팝업노트는 에스케이텔레콤 전용 모델로, 단말기 스위치를 당기면 자동으로 펜이 튀어나오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급이면서 출고가(갤럭시노트4 95만원)는 절반도 안 된다. 팬택은 “출고가에서 단말기 지원금을 빼면, 소비자 부담은 10만원도 안 된다. ‘시크릿노트’와 ‘시크릿업’ 등 다른 모델의 출고가도 곧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도 최신·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출고가를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갤럭시그랜드2’와 ‘갤럭시코어’의 출고가를 각각 42만9000원과 25만9600원에서 37만4000원과 20만9000원으로 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4는 출시 때 이미 출고가를 이전 모델보다 13만원이나 낮게 책정했고, 갤럭시S5는 이미 두차례나 낮춰 추가 인하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 모델의 판매가 부진해 공장가동률까지 떨어진 상태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고 말했다. 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출고가 인하 협상 대상 모델에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도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이통사들이 출고가 인하를 엄청 압박한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스마트폰 출고가가 30만원대이고 이용자는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출고가 추가 인하를 바라며 최신 스마트폰 구입을 미루고, 제조업체는 쌓인 재고 해결을 위해 쫓기듯 출고가 인하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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