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15.08% 지분…투자목적 변경
엔씨 “사업모델 달라 시너지 의문”
업계 “주가 띄운뒤 지분 매각” 분석
엔씨 “사업모델 달라 시너지 의문”
업계 “주가 띄운뒤 지분 매각” 분석
엔씨소프트 1대 주주인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해, 그동안 물밑 신경전 모습을 보이던 두 업체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 업체 간 경영권 분쟁은 국내 양대 게임업체 간의 힘겨루기이자,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넥슨(넥슨재팬)은 27일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갖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15.08%로 늘린 바 있다. 넥슨은 “단순 지분투자로 2년여 동안 협업을 시도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해 실질적인 협력 결과를 만들어내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넥슨은 경영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 목적은 돈을 버는 것 아니냐. 경영진 파견,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한 실효적 지배구조 구축, 기존에 확보한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투자분에 대한 가치 제고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투자 목적 변경 관련’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넥슨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라던 공시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넥슨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넥슨이 이사 파견 의사를 밝혀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모두 이질적이어서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엔씨소프트의 주가를 부양한 뒤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뒤 엔씨소프트 주가가 떨어져, 넥슨은 이미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주가 부양 뒤 발을 빼는 방안 등이 거론돼왔는데, 후자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넥슨이 이사 파견 등을 강행할 경우, 이사회와 주주총회서 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는 김택진 대표(9.9%), 3대 주주는 국민연금(7.89%)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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