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사람]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게임으로 번 돈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재단법인 게임인재단의 남궁훈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분당시 판교 사무실서 <한겨레>와 만나 “게임이 영화나 음악처럼 문화산업으로 인정받고, 게임 개발자들이 영화인과 음악가처럼 대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임 종사자들부터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게임 1세대로 불리는 선배들부터 게임사업으로 모은 재산을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놓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 일하다 독립해 ‘한게임’ 창업
NHN 그만두고 재산 환원 생각 끝에
특성화고 세우려다 재단으로 바꿔
겜밍아웃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
“어른들도 스마트폰 게임하는 시대
게임이 생활의 미래 바꿀 겁니다”
남궁 이사장은 2013년 11월 사재 21억원을 출연해 게임인재단을 설립해, 게임산업의 발전 기반을 닦는 일을 하고 있다. 취미가 게임이라고 당당히 말하자는 ‘겜밍아웃’ 캠페인, 종업원 50인 이하 규모의 중소 개발사들의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힘내라! 게임인상 시상’ 등 게임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난달 시작한 겜밍아웃 캠페인은 게임을 술과 마약 취급하는 사회분위기에 ‘고개를 숙이고 사는’ 게임업계 종사자와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게임인상 시상은 카카오톡 게임하기 무심사 입점, 엔에이치엔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지원, 썬데이토즈의 애니팡 아이템 쿠폰 지원, 네시삼십삼분(4:33분)의 크로스 프로모션 마케팅 등 대형 게임업체들의 물적 협찬을 받아 중소 개발사들의 아이디어 사업화를 돕는 것이다.
남궁 이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스디에스에 입사해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유니텔 사업의 기획 일을 하다가 함께 나와 공동으로 한게임을 설립했다. “구제금융(IMF) 시절 나나 김 의장 모두 회사 생활에 싫증을 내고 있었는데, 위로금으로 3개월치 월급을 줄테니 명예퇴직을 하라는 제안이 왔어요. 얼씨구나 하고 함께 그만줬어요.”
한게임은 이른바 ‘고·포’(고스톱과 포커)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과정을 거쳐 네이버에 합병됐는데, 당시 그는 합병에 강하게 반대했다. 한게임의 사업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그는 말한다. 이에 그는 통합 법인인 엔에이치엔(NHN) 출범 뒤 해외지사를 떠돌다가 미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김 의장과 함께 회사를 그만뒀다. 그 뒤 창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미국 새너제이에 1년 정도 머물다가 귀국해 씨제이인터넷 대표와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쳤다.
애초 그가 생각한 한게임 창업으로 번 사재의 환원 방법은 ‘게임특성화고’ 설립이었다. “부모들은 ‘게임은 공부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왜 하냐? 취직을 위한 것 아니냐? 게임으로 취직을 하는 길을 열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서강대 교육대학원까지 갔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법적·행정적 절차가 너무 복잡해, 게임인재단으로 바꿨다.
그는 게임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본다. 그는 “요즘 시장에 가보면 어르신들도 손님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며 “지금 인터넷이 그러는 것처럼, 앞으로는 게임이 국가경제에 활력을 주고, 삶의 행태와 질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정 이후에는 게임 접속이 안되게 하는 ‘셧다운제’ 도입 논의가 한창일 때 ‘애니팡’이란 게임이 나와 히트를 쳤다. 애니팡도 규제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덕분에 셧다운제가 많이 완화됐다.” 그는 “과거 만화를 ‘공부의 적’으로 간주하며 ‘만화책 화형식’까지 벌이던 정책담당자들이 나이 들어 손주들과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을 본다. 게임을 두고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궁 이사장은 “재단이 할 일이 많다. 문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라며 게임업체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일단 첫삽을 뜨면 기부금으로 운영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들어온 기부금 총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아요. 게임인재단을 연 뒤부터, 게임사업으로 수천억원 내지 1조원 이상의 재산을 모은 분들이 제 전화를 받지 않아요. 기부금 달라고 할까 그런가봐요. 하하하.”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 게임인재단 제공
NHN 그만두고 재산 환원 생각 끝에
특성화고 세우려다 재단으로 바꿔
겜밍아웃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
“어른들도 스마트폰 게임하는 시대
게임이 생활의 미래 바꿀 겁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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