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유료(공짜로 이용하게 하면서 아이템 장사 등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방식 게임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매출을 이끌어온 ‘확률형 아이템 장사’가 과소비 및 사행성 조장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일본과 유럽처럼 확률형 아이템 장사를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고, 확률형 아이템 장사로 매출을 늘려온 게임업체들은 “시장을 죽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와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게임업체가 확률형 아이템 장사를 할 때는 아이템별로 획득 확률을 공지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게임업체들의 확률형 아이템 장사가 도를 넘어 과소비와 사행성을 조장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 게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장사란 게임 플레이어 등급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그냥 파는 게 아니라, 해당 아이템이 들었을 수도 있는 주머니를 판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재수가 좋으면 첫 주머니에서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열개나 백개를 사더라고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주머니를 수십~수백개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치솟고, 이용자들은 주머니를 털린다.
확률형 아이템 장사의 문제점와 규제 필요성은 게임업계 내부와 이용자 쪽에서도 제기돼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일부 게임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 장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청소년 대상 게임에까지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결국 올 게 왔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예전에 한 게임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 항아리를 아무리 사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으니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보겠다며 게임업체 서버를 해킹한 적도 있었다. 중고등학생들이 용돈을 전부 확률형 아이템 구입비로 털어넣는 등 폐해가 크다. 넥슨이 ‘돈슨’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확률형 아이템 장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의 일부 나라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아이템별 획득 확률을 미리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게임업체들은 이에 대해 “게임에 뽑기 기법을 더해 재미를 더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장사의 확률을 문제삼는 것은 수영장 가서 왜 이리 노출이 심하냐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이템별 획득 확률을 미리 고지하라는 것은 이 비즈니스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게임들은 게임등급위원회 심의를 받을 때 이미 확률형 아이템 장사에 대해서도 규제를 받고 있고,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외국 게임들은 규제할 방법이 없어 국산 게임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문제가 생긴다. 업계 자율규제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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