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한 이동통신사 고위 임원과 만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쪽 주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던 중 가입자당매출(ARPU) 얘기가 나왔다. “우리 집만 해도 4명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쓰고 있는데, 요금이 월평균 25만원을 넘는다. 솔직히 부담 된다”고 하소연하자, 그는 “이통 3사의 가입자당매출이 모두 3만원대”라고 반박했다.
23일 이통 3사의 가입자당매출 추이 자료를 받아보니, 그의 말대로였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2006년 3만9163원에서 2012년 3만3016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3만6100원까지 회복됐다. 케이티(KT)는 2009년 3만1963원에서 2012년 3만697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3만5283원까지 올랐다. 한결같이 2010년을 전후해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들 역시 “설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차이는 우리나라 인구수를 뛰어넘어서도 계속 빠르게 늘고 있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 때문에 발생한다. 가입자당매출은 총매출을 가입자 수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4904만명가량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는 5721만여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 가운데 7%가량(343만명)에 해당하는 9살 이하는 이동통신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가입자 가운데 1160여만명은 이른바 ‘초과’ 이용자다. 이통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이동통신을 2대 이상 쓰는 사람이 늘면서 발생한 ‘세컨드폰’과 ‘서드폰’, 사물통신 가입자 등”이라고 설명했다.
세컨드폰과 서드폰에서는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사물통신 가입자도 월 몇천원 정도의 기본료만 낸다. 하지만 가입자당매출을 산정할 때는 모두 똑같은 가입자 취급을 받는데, 이들이 가입자당매출을 갉아먹는다. 학교에서 성적 나쁜 친구들이 반 평균점수를 갉아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통사와 유통점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통사들이 가입자당매출을 낮추려고 가입자 수를 부풀렸다는 의심도 든다.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 추이를 보면,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에는 5362만명에서 5468만명으로 106만명 늘었고, 2014년에는 5721만명으로 253만명 증가했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실제 이용자 수를 크게 웃돌고 있는데도 가입자 수의 증가세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통사들이 엘티이(LTE) 요금제를 고가의 정액요금제로 설계한 뒤 기존 2세대(CDMA·PCS)·3세대(WCDMA) 가입자들을 전환시키는 마케팅을 하면서 가입자당매출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가입자 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끌어내렸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에 이동통신 ‘허수’ 가입자가 대량 발생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한 이통사 고위 임원은 “한 통화도 하지 않은 채 3개월 단위로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가입자가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통사들이 가입자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혹은 가입자 유치 실적을 뻥튀기하기 위해, 혹은 대리점이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가입자당매출을 끌어내린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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