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반값 통신비’ 실현 방법? ‘요금 인하’ 억세게 요구해야

등록 2015-04-20 19:56수정 2015-04-20 21:10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 한겨레 자료사진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 한겨레 자료사진
참여연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더불어 “반값 통신비 실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찾는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2세대(CDMA)·3세대(WCDMA) 이동통신망의 감가상각이 끝나 이론상으로는 원가가 ‘0’ 상태가 된 데다 엘티이(LTE)는 통신망 구축비 자체가 크게 들지 않으니 기본료와 번호유지비 등을 대폭 내리거나 폐지하란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들이 마케팅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 점도 앞세운다.

이통사들은 펄쩍 뛴다. 이통사들은 “이동통신 요금은 원가가 아니라 고객이 누리는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주장하며, 정치권·시민단체·이용자들의 요금 인하 요구를 “떼쓰기”, “선거용”, “시장원리를 무시한 주장”으로 몰아붙인다.

정리하면, 정치권·시민단체·이용자 쪽은 “통신망에 대한 감가상각 만료로 원가가 낮아졌으니, 그에 맞춰 요금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통사들은 “이용자들이 누리는 가치로 볼 때 요금을 낮출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는 꼴이다. 각각 “이통 3사는 국가의 유한 자원인 주파수를 대가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배타적으로 사용하면서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까지 받아 해마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데 비해 국민은 가계 통신비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을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 “그런 논리대로라면 다른 공공요금과 텔레비전·휴대전화 가격도 내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그동안의 통신시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해보면, 요금 인하 요구가 조금 더 거세지면, 이통사들은 “또 시작됐다”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이후 일부 언론에 “인위적인 요금 인하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대학교수’ 기고문이 실리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찾느라 부산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머지않아 미래부와 이통사 ‘합작’으로 할인 항목을 신설하거나 기존 요금제의 항목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객 가치 향상 방안’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는 “요금 인하 효과 0000억원”이란 설명이 붙는다.

이런 과정이 수십 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통 3사가 운용하는 요금제만도 각각 500~600여가지로 불어났다. 이통사 요금 담당자들이 ‘털어놓는’ 얘기를 들어보면, 이통사들은 내부적으로 ‘경쟁업체나 외국과 비교되지 않도록 하고’, ‘이용자 반발을 사지 않는 선에서 가입자당 매출을 최대한 높이는’ 방식으로 요금제를 설계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이를 밖으로는 “고객이 누리는 가치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이통사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원가’를 앞세워 요금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

뒤집어 보면, 요금이 낮아지려면 이용자의 요금 인하 요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용자가 비싼 요금 때문에 못 살겠다며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부와 이통사들이 비로소 요금 인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용자의 반발 강도에 따라 인하 폭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요즘 말로 ‘웃픈’ 얘기지만, 떼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요금 인하를 검토하는 게 이통사들의 원칙이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