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버그, 냉소보다 품질개선 기회로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지난달 출시된 스마트폰 신제품들에서 ‘오류’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오류란 스마트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사용이 불편한 상태로 작동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버그’라고도 불린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연구소 혹은 제한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할 때는 발견되지 않았던 오류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수백가지 깔린다. 하나라도 버그가 있거나 수백가지 프로그램이 동시에, 또는 번갈아 동작하는 과정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충돌하면, 사용자 눈에는 오류로 보인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전에 몇 단계의 테스트를 통해 버그가 있지 않은지 등을 살피고 수정한다.

하지만 오류를 완벽하게 잡아내기란 어렵다. 발견되지 않는 것도 많고, 드러난 오류가 출시 일정 때문에 제대로 수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도 수백 내지 수천가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스마트폰·소프트웨어 등의 신제품은 모두 오류가 포함된 상태로 출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리 어답터’(신제품 마니아)들은 이를 즐긴다. 이들은 신제품이 주는 ‘낯섦’을 즐기고자 밤샘 줄서기까지 하며 남보다 먼저 손에 넣으려고 하는데, 오류 발견도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써보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사용하다 기능상의 오류와 보안상의 결함을 발견하면 개발자에게 알려 패치 프로그램이 개발되게 하는 과정을 즐길 뿐, 제품이나 개발자를 평가절하하지 않는 것도 흥미롭다. ‘재능 기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6’와 엘지전자 ‘G4’.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의 샤오미는 신제품 마니아의 이런 특성을 적극 수용해, 오히려 이들을 ‘미펀’으로 불리는 샤오미 스마트폰 골수 팬으로 만들었다. 샤오미는 미펀들의 오류 보고와 새 기능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다달이 업그레이드한다. 600여만명에 이르는 미펀들은 샤오미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서로 먼저 써보기 위해 아우성을 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는, ‘갤럭시S6’와 ‘지포(G4)’의 오류에 대해 제품 품질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쟁업체가 부추기고 있다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꼴밖에 안된다. 기기 결함이 아닌 프로그램 버그나 충돌 문제라면 더 그렇다. 80만~90만원(출고가 기준)의 목돈을 주고 사는 스마트폰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게 불편하다면 출시 뒤 6개월 정도 지난 다음에 사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그 때쯤엔 출고가가 내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신제품 사용자들이 ‘팬’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배경에는 공급업체 탓도 크다. 오류를 알릴 길이 마땅찮고, 알려봤자 좋은 소리 못듣는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업체 쪽이 사용자가 찾은 오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면박을 줘,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용자의 오류 지적을 진심으로 반기고 빈 말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음 신제품 출시 때 우대하겠다’고 하면, 삼성전자·엘지전자 사용자도 미펀처럼 팬을 자처하며 신제품 출시 때마다 아우성을 치지 않을까.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