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이통사의 불편한 서비스
올해 초, 가입한 요금제가 나한테 맞는지 점검해보는 일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결국 요금을 다달이 몇만원씩 더 내온 내 경험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그랬다가 ‘통신담당기자 맞냐’는 놀림을 당한 뒤 대리점 간판이 보일 때마다 기웃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 전에도 길을 걷다가 대리점이 보이기에 들어가 상담원에게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20%로 높여주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바꾸면 요금이 낮아질 수 있는지 봐달라”고 했다. 이용행태를 살펴보더니 “음성통화량이 300분을 넘어 추가 통화료가 많이 나오니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한다. 지난 5월에 청구받은 요금은 4만50원이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2만5160원밖에 나오지 않을 거란다. 이번에도 다달이 통닭 한마리 값 정도(1만5000원)의 요금을 절감했다. 월 6만원대 후반이던 요금이 대리점 방문 두번만에 2만원대 중반으로 줄었다.
상담 중 알게 된 사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모두에게 유리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아들의 요금청구서를 보여줬더니 지금 가입한 요금제가 더 유리하단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문득 ‘이통사들은 이런 사실을 왜 대리점을 찾아와야 알려줄까’란 의문이 들었다. 다달이 가입자들한테 보내주는 요금청구서의 ‘공지’ 난을 통해 알려줘도 될텐데? ‘고객님의 이용행태로 볼 때, 000 요금제를 쓰는 게 가장 유리할 것 같습니다’라고 알려주면, 고객들이 감동하지 않을까. 요금청구서에 빈 공간이 많고, 이통 3사 모두 한결같이 “고객 가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더욱이 이통사들은 요즘 ‘빅데이터’ 활용의 효용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달라고 정부를 채근하고 있기도 하다. 빅데이터란 고객들의 이용행태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파는 것이다.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것이야말로 빅데이터 활용 취지에 딱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정책 담당자를 만나 이 얘기를 했더니 “이통사들한테 요금청구서를 통한 최적의 요금제 추천 서비스를 하면 어떠냐고 이미 권해봤는데, 한결같이 난색을 표시했다. 가입자들의 요금제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상한 주장까지 펴며, 죽어도 못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입자들이 최적의 요금제를 고를수록 이통사들의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꾸로 보면, 가입자들을 이용행태와 맞지 않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켜 더 받아내고 있는 요금이 제법 된다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낙전수입’이다. 나아가 새 요금제 출시 때마다 강조하는 ‘요금인하 효과’ 역시 의미없는 수치라는 뜻도 된다. 이통사들이 강조하는 빅데이터 효과 역시 결코 고객을 위한 게 아니고, 고객 가치 증대 역시 ‘말로만’임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용자 스스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요금청구서를 통한 최적 요금제 추천 제도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그 전까지는 대리점이 보일 때마다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가 요금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수시로 114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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