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화나 문자메시지 발신번호 변경을 금지했으나, 발신번호를 조작해 대출을 권유하거나 스미싱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에는 ‘1644-23xx’ 번호가 최악의 ‘민폐 번호’로 꼽혔다.
케이티(KT)의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자회사 케이티시에스(KTCS)는 스팸 전화·문자메시지 차단 앱 ‘후후’ 사용자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스팸 전화·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한 결과, 1644-23xx 번호에서 발신된 대출 권유 전화·문자메시지가 가장 많았다고 16일 밝혔다. 90만1790명이 1644-23xx 번호에서 발신된 스팸 전화·문자메시지를 받았고, 1만2693명이 피해 신고를 했다. 그 다음은 02-6479-82xx(대출 권유), 070-7684-38xx(인터넷 가입 권유), 070-7663-67xx(대출 권유), 070-7684-16xx(대출 권유), 1688-49xx(원링 스팸), 1800-99xx(대출 권유), 013-3366-56xx(스미싱), 070-7847-53xx(대출 권유), 1577-99xx(대출 권유) 순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민폐번호는 모두 114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유령 번호’이고, 이들 10개 번호에서만 2분기에 총 539만9312건의 스팸 전화·문자메시지가 발신됐다. 모두 조작된 발신번호에서 발신된 것이다. 번호 유형별로는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에서 발신된 게 가장 많아, 010 번호가 1위였던 1분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출 권유, 초고속인터넷 텔레마케팅, 스미싱 등 사용 목적도 다양하다.
이번 통계는 후후 앱 사용자 1400여만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5700여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스팸 전화·문자메시지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정부는 발신번호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고 불법 행위 악용을 막자는 취지로 발신번호 조작을 금지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